"이미 순위가 결정된 팀은 상관이 없지요. 그런데 4~5위 싸움하는 팀이 오해하면 어떡하나요."
8일 인천 SK전을 앞둔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은 라인업이 적힌 종이를 두고 미간을 찌푸렸다. 아픈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베테랑' 이택근은 허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라인업에서 뺐고, 잔부상을 달고 사는 채태인도 제외됐다. 최근 종아리 근육통에 시달리는 '테이블 세터' 고종욱도 전날(7일) 수비 도중 다시 통증을 느껴 빠졌다.
이미 3명의 주전 선수를 라인업에서 빼야하는 상황. 사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더 있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조심스럽다. 상대팀이 SK이기 때문이다. SK는 지금 KIA, LG와 함께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다. 지금 분위기에서 이 팀들을 상대할 때 주전 선수들을 모두 제외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은 "김민성도 어깨가 좋지 않고 서건창도 타격감이 안좋다. 특히 건창이는 올 시즌에 (이날 선발 투수인)박종훈에게 11타수 1안타로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그래도 이 선수들까지 제외할 수는 없다. 지금 순위 경쟁 중인 상대팀에서도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창 라인업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이강철 수석코치가 감독실 문을 노크했다. 수석코치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염경엽 감독이 "대니돈도 아프다고한다"고 말했다. 대니돈은 6번타자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외야에서 수비 훈련을 하다가 윤석민의 연습 타구에 팔뚝을 맞았다. 생각보다 강하게, 예상치 못한 사이 벌어진 상황. 맞은 부위가 부은 대니돈은 구단 관계자와 함께 곧바로 병원에 이동했다. 졸지에 '가해자'가 된 윤석민은 "혹시 부러진 것은 아니냐. 너무 세게 맞았다"며 안절부절 미안해했다.
염경엽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대니돈까지 라인업에서 빼고 김민준을 9번 타자로 넣었다. 다행히 대니돈은 병원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나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넥센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확정됐고, 순위 결정만 남은 상황이지만 충분히 조심스러울 수 있다. 자칫 '상대를 고르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나오기도 한다. 상대 구단이 오해할 수도 있다. 염경엽 감독이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넥센은 충분한 승수를 벌어놓아 주전 선수들을 제외해도 여유가 있지만 다른 팀들은 아직 그렇지 않다. 3위팀의 이유있는 고민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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