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고층아파트 22층에 사는 이모씨는 2주 연속 지진을 경험한 후, 종종 집이 흔들리는 것 같고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탈 때도 흔들림이 조금만 있으면 불안해서 계단으로 다니기도 한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2주간 430여회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경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더 강한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면증 등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김정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이러한 증상의 원인과 극복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멀쩡한 집이 흔들리는 것 같아…
경주서 첫 지진 발생 후 여진이 계속되면서, 집단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사건 발생 후 3일 정도면 공포감·불안감 등을 극복하게 되지만, 예민한 사람은 이러한 증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 4주 이후에도 반복적 악몽·호흡 곤란 등이 계속되면 PTSD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진 이후 지하철이나 커다란 트럭이 지나가도 공포를 느끼거나, 진짜 흔들린 것도 아닌데 어지럽고 메스꺼운 '지진 멀미' 증상을 느끼는 것도 PTSD의 '플래시백 현상' 때문이다. PTSD에서 두드러지는 이 현상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상황에서 고도의 긴장과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진은 여진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고 공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한 지나친 긴장으로 근육이 굳고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통증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성 두통'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흔들리는 곳은 무조건 피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과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이번 지진이 일어난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가짜 흔들림'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간접적 경험으로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변경된 진단 기준에 따르면, 직접 경험이 아닌 미디어나 가족을 통한 불안감이라도 정도가 심하면 PTSD로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경주 지역 사람들이 가장 PTSD 위험이 높긴 하지만, 지진 당시 주변 지역에 있지 않았더라도 방송에서 충격적인 장면이 각인됐다거나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면 PTSD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지진 후유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게 되면 약물이나 상담 치료를 하게 되는데, 이중 심박수 등이 표시되는 모니터를 보면서 복식호흡이나 명상 등을 통해 몸을 이완시키는 '바이오 피드백'이라는 치료법이 많이 쓰인다. 이를 응용하면 일상생활에서도 지진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고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우선, 불안한 생각이 들 때는 심호흡을 한다. 가벼운 산책이나 주변인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공포는 '집단 히스테리'로 확산될 수도 있어서, 주변인들과도 가급적 지진 이외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지진에 대해서 '부정확한 괴담'보다 객관적인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비상시 대처법 등을 미리 숙지하면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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