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이준기는 150억 대작의 자존심을 세울까.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이하 달의 연인)'는 21세기 대한민국 여성의 영혼이 들어간 고려 연인 해수(이지은, 아이유)와 고려 황자들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중국 인기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점, 미국 NBC 유니버설과 공동으로 사전 제작을 한다는 점, 제작비 150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라는 점, 이준기 강하늘 이지은 등 한류스타들을 캐스팅 했다는 점 등에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8월 29일 첫 방송 이후 '달의 연인'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8월 29일 1회 7.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회 9.3%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뒤 하락세를 탄 것이다. 9회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6.67%. 똑같이 퓨전 궁중 사극을 표방해 경쟁작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이 시청률 20% 대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그런 '달의 연인'이 2막을 연다. 27일 11회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2라운드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까.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역시 이준기의 존재감이다.
이전까지 '달의 연인'의 중심이 되는 인물은 해수였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살아가던 고려 황자들이 해수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그에게 연정을 품게되는 과정이 10회 분량 동안 그려졌다. 황자들의 감정선의 변화가 앞으로 인물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서사가 불가피했던 상황이었지만, 작품 전체 분량의 반이나 투입한 장황한 설명에 시청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무게중심이 이준기에게로 옮겨온다. 이준기가 연기하는 왕소 캐릭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입은 상처로 세상과 등진채 살아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해수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를 지키기 위해 황제가 되고자 결심했다. 그리고 연적인 8황자 왕욱(강하늘)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해수를 향한 직진 로맨스를 전개한다. 그동안 정체성과 자아를 확립하지 못했던 왕소 캐릭터가 드디어 맥락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스포트라이트가 이준기에게로 넘어오면서 극 분위기도 180도 전환된다. 일단 다소 지지부진하게 그려졌던 황실 암중모략과 혈투가 긴박하고 쫀쫀하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해수를 둘러싼 삼각관계 또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작품에 무게감이 생겼다. 사실 이지은이 모든 캐릭터의 접점에 서서 극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처음부터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아무리 연기 센스를 타고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연기 경력이 많지도 않고, 특히 사극 연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극은 중심을 찾지 못한채 붕붕 떠다녔고 '이지은 책임론'마저 불거졌다.
하지만 베테랑 이준기가 지휘권을 잡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준기는 데뷔작 '왕의 얼굴'부터 '일지매', '조선총잡이' 등 사극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배우다. 대사 한줄 없어도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눈빛 연기와 몸 사리지 않는 액션 투혼은 그의 최강점으로 꼽힌다. 경력과 재능, 열정이 합을 이뤄 시청자들에게 이준기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로 인지된다. 이렇게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쌓은 이준기가 관록의 연기로 극을 이끈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준기의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좋다. 이제까지 이준기는 중성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왔던 배우다. 그런 그가 이렇게 진한 남성미를 내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준기의 날선 카리스마는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특히 국내 1020 여성층에게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품이 동시 방송되는 중국에서도 이준기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과연 '사극지존' 이준기는 150억 대작의 자존심을 살려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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