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한국영화가 여름부터 독주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눈에 띄는 영화들도 많다. '부산행' '터널' '밀정'에서 최근 '아수라'까지 극장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크린수는 작지만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들이 무거운 영화에 지친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애니메이션 '서울역'과 1000만 영화 '부산행'에 등장했던 심은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걷기왕'도 독특한 소재와 잔잔한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걷기왕'은 선천적 멀미 증후군을 앓는 여고생의 경보 도전기를 그린 작품이다. '걷기왕'이 특이한 점은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열심히 노력해야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잔잔한 유머와 섞어 던져 눈길을 끄는 것.
심은경은 "시나리오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나와 톤 앤 매너가 잘 맞을 것 같다고 소속사도 추천해줬다. 나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걷기왕'은 다음달 20일 개봉한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럭키'는 배우 유해진이 오랜만에 주연으로 복귀한 코미디 영화다. 잘나가던 킬러 형욱(유해진)이 기억을 잃고 무명 배우와 인생이 바뀌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냉혹한 킬러 형욱은 사건 처리 후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게 된다. 인기도, 삶의 의욕도 없어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은 신변 정리를 위해 들른 목욕탕에서 그런 형욱을 보게 되고, 자신과 그의 목욕탕 키를 바꿔 도망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최근 범죄액션 영화가 득세하면서 한국영화계에서 코미디 영화의 질이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럭키'의 어깨에 걸린 짐이 무겁다. 한국형 웰메이드 코미디의 부활을 알려야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죽여주는 여자'는 배우 윤여정을 원톱으로 삼았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죽여주는 여자'는 종로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윤여정)이 한 때 자신의 단골 고객이자, 뇌졸중으로 쓰러진 송노인(전무송)으로부터 자신을 죽여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죄책감과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다 그를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노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씁쓸한 시대상까지 담고 있어 생각해볼 여지룰 준다. 윤여정은 "성매매 장면을 촬영할 때 후회했다"고 말하면서 "이재용 감독은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다. 보는 사람은 아름답고 리얼하게 느낄 수 있지만 당하는 사람은 굉장히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각기 색다른 주제와 장르, 삶에 대한 통찰이 있는 작품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한국 영화계는 점점 풍성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1000만 영화가 나오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골고루 사랑받는 것이 한국 영화계의 외연 확장과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것 같다"며 "최근 속속 개봉하는 작은 영화들에 대한 영화팬들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라고 전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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