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3)는 선수 출신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야구를 배웠고, 스탠퍼드대학 때는 1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는 "10년 넘게 야구를 했다"고 말했다. 포지션도 두루 경험했다. 보통 3루수를 봤고, 2루수도 소화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포수 마스크도 썼다. 그는 "투수가 없을 땐 투수도 했다. 나름 공이 빨랐다"면서 "변화구로는 체인지업과 커브를 던졌다. 문제는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 때 너무 티가 났다는 점"이라며 웃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야구를 보는 그의 시야는 전문가 못지 않다. 10개 구단 야구 스타일을 꿰뚫고 있었고, 선수별 장단점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 야구에 대해 "메이저리그와 달리 아주 공격적이다. 흥미롭고 재미있다"며 "프리미어12 등 국제대회 내용만 봐도 야구 수준이 굉장히 높다.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가 여러 명이다"고 했다.
하지만 날카로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처럼 불펜이 체계화, 전문화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몇몇 구단이 롱릴리프, 셋업맨, 마무리를 기용하는 모습은 1970~80년대 미국 야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불펜이 완벽하게 세팅된 팀들이 순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는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1970~80년대는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야구가 확립되기 전이다. '명장' 토니 라루사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 '1이닝 마무리' '원 포인트 좌완 불펜' 등을 도입하기 전 대부분의 구단이 마구잡이식으로 투수를 운용하던 시절이다. 이후 1988년부터 그 유명한 '라루사이즘'이 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모든 감독이 불펜 투수의 투구수와 이닝수를 적절히 조절하며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바로 이 점이 KBO리그에서는 부족하다고 냉정히 진단했다. 추격조, 롱릴리프, 원 포인트, 셋업맨, 클로저 등의 역할이 애매모호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마무리에게 1이닝만 맡기는 팀은 거의 없다. '타고투저' 흐름 속에 불펜의 역할을 명확히 나눈 팀도 찾기 힘들다. 최근 2년 간은 한화 이글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김성근 감독은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내일이 없는 '애니콜' 운용으로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다만 리퍼트 대사는 한화 야구에 대한 질문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투수 운용 방식이나 이론을 세밀하게 아는 건 아니다. 한화 야구에 대한 평가는 하기 힘들다"며 "미국에서는 (팔꿈치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텅 내셔널스)를 포스트시즌에도 쓰지 않겠다고 해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다른 리그에서 어떻게 투수 운용을 하는지, 한화와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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