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상한 드라마다. 대놓고 불륜인데 그래도 보게 된다.
바로 KBS2 수목극 '공항가는 길'의 얘기다. '공항가는 길'은 인생 사춘기를 맞은 기혼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작부터 너무나 명백하게 불륜 설정을 해놨다. 덕분에 '불륜 조장극', '불륜 미화극'이라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런 여론이 시청률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뜻밖의 결과가 나타났다. 드라마 방향성에는 전혀 변함이 없지만 섬세한 연출과 대본,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일단 연출과 대본이 똑똑했다. '공항가는 길'은 불륜이라는 치명적인 코드를 메인으로 잡았다는 핸디캡이 있었다. 불륜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인 일 중 하나인 만큼 주목도는 높지만, 그만큼 반대표에 부딪힐 수 있는 소재다. 그래서 '공항가는 길'은 이 관계를 합리화하고 설득력을 불어넣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급하지 않고 친절하게 남녀주인공이 처한 불행을 설명한다. 서도우(이상윤)는 딸 애니의 존재를 지워내려는 아내 김혜원(장희진)에게 정이 떨어졌고, 최수아(김하늘)는 남편 박진석(신성록)의 강요로 시집살이를 하게 되는 등 도저히 배우자와 현실에 만족할 수 없는 삶을 살고있다는 것을 시청자에게 충분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감되도록 하고 있다. 영상미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을과 잘 맞아 떨어지는 차분한 화면과 색감은 왠지 모를 쓸쓸함을 더하며 극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설득력을 부여한다. '공항가는 길'로 4년여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하늘은 특유의 감성 연기로 애잔한 캐릭터를 그려낸다. 남편과의 생활에서는 1%의 행복감도 찾을 수 없지만 새롭게 만난 서도우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고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는 듯한 느낌에 설레는 최수아의 캐릭터를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이상윤은 한마디로 멋지다. 자신도 힘든 상황이지만 "언제든 찾아오라"며 최수아의 쉼터가 되어주는 듬직함은 수많은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짜릿하게 만들고 있다.
서로에게 분명 끌리고 있지만 각자 지켜야 할 가정이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만남은 지켜보는 시청자마저 찌릿한 설렘을 느끼게 하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잔잔한 울림 때문인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고급 멜로'라는 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28일 방송된 '공항가는 길'은 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1일 7.4%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3회 만에 1.6%나 시청률이 상승한 것이다. 이제 수목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질투의 화신'(12.1%)과의 격차도 3% 내외로 줄어들었다. 회마다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공항가는 길'이 과연 '질투의 화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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