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정규시즌을 제패한 두산 베어스는 현재 한국시리즈 대비 모드다. 당장 15승씩 거둔 '판타스틱 4'가 휴식 중이다. 주전 야수들도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불안한 불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승조 구축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 복귀하는 정재훈의 위치와 역할, 누가 마지막 이닝을 책임질 것인지가 핵심이다.
하나 더, 최적의 타순 구상도 있다. 올해 두산 방망이는 엄청난 파괴력을 뽐냈지만, 1~9번 모든 곳에 '확실한' 주인이 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2일까지 팀 내 타순별 최다 출전 선수를 봐도 1번 박건우(85경기) 3번 민병헌(110경기) 4번 김재환(93경기) 5번 양의지(81경기) 9번 김재호(110경기)만 '고정'이라는 인식이 있다. 다른 타순은 부상과 부진의 이유로 얼굴이 자주 바뀌었다.
그 중 2번 자리가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고민이다. 톱타자 박건우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테이블세터. 최근에는 국해성이 그 역할을 하고 있으나, 민병헌이 휴식을 취하면서 기회가 왔다고 봐야 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베스트 멤버가 가동되면 일단 국해성의 자리는 없다. 외야는 김재환-민병헌-박건우가 맡을 것이고 지명타자는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의 몫이다.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2번 후보가 오재원이다. 박건우-오재원이 꾸리는 테이블세터는, 평소 김태형 감독이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워낙 적극적이라 사실 2번의 할 일이 많다. 공을 오래봐야 하고, 진루타도 생각해야 한다"며 "오재원은 왼손 타자로 잘 잡아당기기 때문에 병살 위험이 적다. 또 장타도 곧잘 때린다. 베테랑인 (오)재원이가 2번을 맡는 게 그림이 좋다"고 했다.
문제는 그의 감이다. 오재원은 2일 현재 120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478타수 112안타)에 5홈런 58타점 67득점 13도루를 기록 중이다. 다른 수치에서 큰 문제가 없으나 타율이 조금 낮은 느낌이다. 시즌 내내 타격감이 오락가락하면서 본인도 답답해했다. 타순별로 봐도 부담이 적은 하위 타선에서 잘 쳤다. 8번에서 3할4리(46타수 14안타) 6번에서 2할8푼9리(152타수 44안타)다. 코칭스태프가 바라는 2번에서는 117타수 29안타로 타율이 2할4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최근 타격 연습을 하는 오재원에게 "빨리 2번으로 돌아와야지?"라고 농담을 던지며 여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재원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오재원 외에는 허경민도 있다. 지난달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가 9월 17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살아난 상황이다. 그는 올 시즌 141경기에 모두 출전해 529안타 151안타 2할8푼5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타점은 무려 79타점, 득점도 93점이나 된다. 크게 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클러치 능력이 있다. 또한 작년 가을야구에서 23안타를 몰아쳤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한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큰 물에서 놀 줄 아는 선수라는 얘기다. 당시 그는 정수빈과 테이블세터를 구성해 펄펄 날았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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