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한 번 더 부탁해!'
슈틸리케호가 11일 밤 치르는 2016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 이란과의 원정경기는 사실상 최대고비다.
조 1위가 걸려있는 중요한 결전이지만 한국에 유리한 요소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부터 익숙하지 않은 잔디상태, 고지대, 중동팀 특유의 텃세 등 한국의 경기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대표팀 감독의 교묘한 심리전은 한국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3년 전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0대1 한국 패)때 적지인 데도 '도발'을 감행했던 그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게 됐으니 어떤 '장난'을 부릴지 모른다.
6차례 이란 원정 2무4패의 열세도 태극전사의 투지를 자극하는 것 이상으로 이란의 자신감을 높여준다.
온통 불리한 상황을 딛고 승점 3점을 챙기기 위해 한창 물이 오른 손흥민, 재평가받는 김신욱 등 해결사에 대한 기대감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이란전은 특성상 개인 기량보다 팀 전체를 조율하는 안목과 노하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이란전. '캡틴' 기성용(27·스완지시티)에게 다시 눈길이 가는 이유다.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에 데뷔한 기성용은 슈틸리케호 태극전사 가운데 A매치 경험이 87경기(9골)로 가장 풍부하다. 4개월 빨리 A매치에 데뷔한 1년 선배 이청용(74경기-8골)보다 13경기나 많다.
이 때문에 이란 등 중동국가와의 A매치 경험도 총 29경기로 가장 많다. 특히 이란과의 경기는 총 6차례로 이청용과 같다. 2013년 6월 울산 경기를 제외하고 대표팀 발탁 이후 한국의 이란전에 빠짐없이 뛰었다. 2013년 이란전 당시 기성용은 발탁되지 않았고 이청용은 벤치 멤버였다.
맏형 곽태휘(35·FC서울) 한국영(26·알 가라파) 등 중동리그 경험자가 있지만 중동과의 A매치, 이란 축구에 대한 경험에서는 현존 태극전사 가운데 기성용이 으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이란전에서 적잖은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 홍정호가 카타르전 퇴장으로 결장하면서 포백라인부터 다시 정렬해야 한다. 베테랑 곽태휘가 중앙에서 중심을 잡고 좌우 윙백이 카타르전과 달라질 수 있다.
앞선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란전 필승을 목표한 만큼 카타르전에서 아껴뒀던 이청용이 우선 배치되고 현지 훈련 과정에서 중심이 된 김신욱이 선발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앞선과 뒷선의 중간에서는 이가 기성용이다.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기성용의 주장 완장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기성용은 지난 카타르와의 3차전에서 만점 활약과 존재감을 이미 보여줬다. 이전까지 한국영과 더블 볼란치로 나섰던 그는 4-1-4-1 포메이션의 중앙 공격에 투입돼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고, 홍정호가 퇴장당한 뒤에는 최후방 수비 지휘관으로 수적 열세를 극복해냈다.
이번 이란전에서는 한국영과 다시 더블 볼란치로 나서 더 바빠지게 생겼다. 기성용은 카타르전 맹활약에 대해 "내가 할 역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타적인 플레이를 먼저 생각하는 캡틴이다.
카타르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차치하더라도 캡틴의 존재감을 200% 보여준 기성용. 이란전에서 한 번 더 보고싶은 '숨은 무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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