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릴호지치 일본 감독의 '분노작전'은 통하지 않았다.
일본축구가 11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이티하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B조 4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겼다.
2승1무1패를 기록한 일본은 승점 7점으로 선두 탈환에는 실패했다. 호주는 승점 8점(2승2무)이다. 출발은 일본이 좋았다. 전반 5분 하라구치 겐키가 문전으로 대시하며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선제골 주인공 하라구치는 후반 6분 만에 호주의 토미 유리치를 밀어 넘어뜨려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역적이 됐다. 1분 뒤 키커로 나선 제디냑이 침착하게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일진일퇴 공방을 벌였지만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특유의 심리전이 실패한 경기이기도 했다.
2년 전이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차전. 당시 알제리 사령탑으로 홍명보호와 맞대결을 앞둔 할릴호지치 감독은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공식 기자회견 도중 자신을 비판하는 알제리 언론을 향해 "나를 음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 훈련장에선 독설가, 기자회견장에선 싸움꾼이었다. 하지만 알제리는 한국전을 승리로 장식한데 이어 러시아까지 넘으면서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16강전에선 대회 우승까지 도달한 독일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외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팀을 결속시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독특한 '심리전'이었다.
호주 멜버른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10일 호주와의 4차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집중포화를 당했다. 일본 스포츠지 스포츠닛폰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던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 취재진으로부터 (부임 이후) 1년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질문을 받자 유럽파 선수들의 저조한 출장과 부상 문제 등을 이야기하다 실망한 기색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고 전했다.
할릴호지치 감독과 일본의 이상기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밖의 약팀 싱가포르와의 2차예선 첫 홈 경기서 0대0으로 비긴 것이 시발점이었다.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일본(FIFA랭킹 57위) 입장에선 자존심이 잔뜩 상할 만한 결과였고, 비난의 화살은 할릴호지치 감독을 향했다. 이후 연승을 거듭하며 최종예선에 진출하자 비난은 잠시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최종예선 첫 홈 경기였던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1대2로 패하면서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부진에 이은 '흔들기'에 할릴호지치 감독이 뿔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알제리서 효과를 봤던 '특유의 결집법'으로 일본을 뭉치게 하려는 의도적 속셈으로도 풀이됐다.
하지만 멜버른의 저주가 무서웠다. 일본은 호주와 통산 상대전적 9승8무6패로 우위를 유지했지만 월드컵 예선 호주전(5무2패), 멜버른 원정(1무4패)의 열세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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