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주인이 없던 A대표팀 지휘봉을 무명의 외국인 감독에게 맡겼다.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62)이었다.
"경력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분이다." 당시 선임배경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여론을 향해 협회의 한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협회는 욕심이 많았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외에도 공정한 기준에 의한 선수 발탁, 한국 유소년축구 발전 자문, 우수한 축구시스템을 갖춘 독일축구와의 협력 등 많은 부분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기대했다. 그에 걸맞게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협회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부여한 너무 많은 권한 때문에 본전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질 높은 경기력, 우수한 유소년 육성도 있지만 팬들의 최우선 바람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11일 '이란 원정 쇼크'로 그 희망의 불빛이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지난 2년, 겉은 화려했다. 호주아시안컵 준우승→동아시안컵 우승→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전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화려한 겉과 속은 달랐다. 곪아있었다. A대표팀 코칭스태프 내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계약만료였던 국내 코치들을 월드컵 2차예선까지 재신임했음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이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한 축구관계자는 "한 코치가 선수의 경기력에 대해 지적했는데 슈틸리케 감독이 크게 화를 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 과정에서도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운재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 황당사건이다. 공석이던 A대표팀 골키퍼 코치 자리에 이 전 코치를 선임해놓고 말을 바꿨다. 아무리 협회 기술위원회와의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방식은 '일방통행' 식이었다.
슈틸리케가 선임한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수석코치로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고 있지만 그저 '피지컬 코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르무아 수석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전술·전략가로 알려진 아르무아 코치가 정작 전술·전략을 조언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는 선수들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부족한 코치수를 채우려는 노력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코치가 아직 지도자 A급 자격을 따지 못해 그를 기다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이 눈과 귀를 닫고 대표팀을 독선적으로 운영할 때 협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물론 할 말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특히 기술위원회는 협회의 독립기구다. 별도의 외부 입김이 작용해선 안된다. 하지만 예외의 사정이란 것도 있다. 대표팀 내부사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협회가 감독에게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만일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실패할 경우 협회는 모든 유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협회 고위관계자는 고작 3~4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협회도 '오케이'만이 능사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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