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구단 순위 추첨식이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부산 KT 관계자는 울상이었다. 1순위로 도착하고도 6순위 지명권 획득에 그쳤기 때문이다.
농구계에선 가장 먼저 행사장 테이블보를 덮는 구단이 높은 순위 지명권을 얻는다는 '미신'이 있다. 2년 전에도 고양 오리온이 1시간 전부터 도착해 이승현을 뽑았다. KT는 조동현 감독을 포함해 사무국장, 코치들이 그 징크스에 기댔다. '빅3'로 불리는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중 한 명만 뽑으면 됐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3순위 안에 드는 건 고사하고 6순위로 밀렸다. KT 관계자는 "왜 우리만 외면하는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17일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WKBL 신입선수 선발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따낸 건 KB스타즈였다.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라 1순위 지명권을 얻을 확률이 14.3%였지만 최대어 박지수(1m95·분당경영고)를 영입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지수는 여자농구 사상 최연소인 15세 7개월 나이로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리바운드, 블록슛 1위에 올랐고, 지난 6월 리우올림픽 최종 예선에서도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그는 박신자, 박찬숙, 정은숙, 정선민 등으로 이어진 한국여자농구 빅맨 계보를 이을 후보다. 농구 국가대표 출신 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과 배구 청소년 대표 출신 이수경 씨의 딸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날 가장 먼저 도착한 구단이 바로 KB스타즈라는 점. 안덕수 감독을 포함해 프런트가 가장 먼저 행사장을 찾았다. 그리고 남자 농구와 정반대로 1순위 지명권을 얻으며 기쁨을 마음껏 표현했다. 안 감독은 두 팔 벌려 만세를 부르더니 오른 주먹으로 가슴을 몇 차례 치며 소리를 질렀다.
안 감독은 "태어나서 가장 기쁘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우리 구슬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박지수를 뽑는다는 감이 있었다. 오늘 입은 양복과 구두, 와이셔츠, 넥타이 모두 다 새 것이다"며 "새 마음으로 박지수를 받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일본 전지훈련을 갔을 때 (박)지수의 유니폼을 제작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시즌 빠른 농구를 할 것이다. (박)지수에게 당한 무리한 공격과 수비를 바라지는 않고 장점만 살리려고 한다.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며 "우리 팀 최대 약점이 리바운드다. (박)지수가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잡아주고, 그에 따른 센터 플레이만 해주면 대만족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인프라가 좁은 한국여자농구에서 나온 최고의 선수다. 부상을 당하지 않게끔 관리를 해줄 것이다. 국제대회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며 "박지수를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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