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을 대표하는 베테랑 하재흥 조교사(61)가 900승을 달성했다. 값진 선물을 안긴 주인공은 '상비군(한국·거세마· 3세)'으로 지난 15일(토), 6등급 1000m에 출전해 영화 같은 추입능력을 선보이며 5마신차 대승을 거뒀다.
"뒷다리에 문제가 있어서 망아지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괜찮은 모습을 보여, 해당 경주를 앞두고 내심 기대감이 있었다."
900승 달성 당시를 돌아보며 하 조교사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많은 고생을 안긴 만큼, '상비군'의 우승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었다. '상비군'은 올해 5월 데뷔무대를 가진 경주마로 지난 15일(토) 경주에서 우승하며 감격스런 첫 승을, 하 조교사에게는 잊지 못할 900승을 안겼다. 지금까지 총 6번 출전했으며 줄곧 이동국 기수와 호흡을 맞춰왔다. 하 조교사는 "이동국 기수도 900승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며 "우승 직후에 나를 찾아와 900승을 선물하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다고 말해줬다"며 웃었다.
하 조교사는 900승 기세를 몰아 같은 날 9경주에서도 1승을 추가하며 현재 901승을 기록 중이다. 덕분에 10월 현재, 렛츠런파크 서울 조교사 중에선 통산전적으로 단연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승률 12%를 유지하며 2000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성적(서울)은 6위에 올라있고, 1위 김대근 조교사와는 차이는 4승에 불과해 언제든 최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이처럼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비결에 대해 하 조교사는 "솔직히 다른 상위 랭커들에 비해 경주마들의 몸값이 비싼 편은 아니다"며 "좋은 재원들이 있었다면 훨씬 빨리 달성했을 지도 모를 성적이다"고 운을 뗐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자 하 조교사는 무엇보다 전략과 훈련에 전력을 다했다. 그는 "30년 이상의 경험을 활용해 경주마에 맞는 조교를 시키고, 출주시기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 성적을 내고 있는걸 보면 조교사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웃었다.
1983년 데뷔, 어느덧 은퇴를 바라보고 있는 하 조교사는 정년까지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조교사로서 1000승에 대한 욕심은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이 짧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대상경주 우승이나 1000승 달성보단 오히려 평소 좌우명처럼 은퇴하는 그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다"고 했다.
경마장의 산증인 중 한명으로 평소 한국경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도 가감 없이 전했다. 하 조교사는 "경마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정책이나 관심이 경주마에게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며 "사람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 오히려 경마발전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투자라든지 관심이 경주마에게 집중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마방식구와 경마팬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무엇보다 900승을 향해 달려오는 과정에서 우리 35조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많았다. 고마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표현을 잘 못해서 그렇지…"라며 "경마팬들도 마찬가지다. 팬이 없는 경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테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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