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그라운드를 질주할 때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슈틸리케호에서 박주호(29·도르트문트)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은 지 두 시즌 째에 접어들었지만 리그 출전 경기 수는 여전히 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지난 1월부터는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소속팀 활약'을 선발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던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 입장에선 박주호를 부를 명분이 사라졌다.
이랬던 박주호가 올 시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주호는 22일(한국시각) 독일 잉골슈타트의 아우디스포트파크에서 열린 잉골슈타트와의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14일 헤르타 베를린전 교체 출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출전이자 올 시즌 첫 선발 라인업 포함이다. 지난 1월 23일 묀헨글라드바흐전 이후 9개월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주전 왼쪽 풀백인 마르셀 슈멜처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치면서 찾아온 기회였다.
활약은 전반 45분이 전부였다. 몸은 무거웠고 날카로움은 사라졌다. 이러는 사이 도르트문트는 잉골슈타트에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결국 토마스 투헬 도르트문트 감독은 전반전을 마친 뒤 박주호를 빼고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를 투입했다. 교체로 나선 풀리시치는 1-3으로 뒤지던 후반 24분 추격골을 도운데 이어 후반 추가시간엔 극적인 동점골까지 터뜨리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잉골슈타트전은 박주호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투헬 감독은 지난 시즌 슈멜처와 박주호를 리그, 유로파리그 일정에 따라 로테이션으로 기용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자 결국 슈멜처에게 왼쪽 자리를 맡겼다.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에도 유럽챔피언스리그 일정을 병행하면서 로테이션 자원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었다. 박주호를 시험대에 올렸지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로테이션 기회는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박주호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도 수행 가능하지만 이 포지션엔 율리안 바이글의 입지가 확고하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박주호는 슈틸리케 감독과의 면담에서 현 소속팀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을 수 없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엔 흔들림이 없다. 더 이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박주호가 스스로 반전하기 위해선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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