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은 상황, 1이닝도 채우지 못한 투구. 하지만 LG 트윈스 임찬규가 던진 9개의 공은 훗날 포스트시즌 위력적인 90개 투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LG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3대8로 패하며 2016 시즌을 마감했다. 이날 경기 LG의 마지막 투수는 임찬규. 한국시리즈행이 좌절되는 순간임에도, 임찬규가 적시타를 허용함에도 LG팬들은 그에게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내줬다.
임찬규는 이날 경기 팀이 3-7로 밀리던 9회초 1사 1, 2루 위기서 정찬헌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이미 승기는 NC쪽으로 기운 상황. 그럼에도 임찬규는 씩씩하게 던졌다. 김태군에게 8번째 점수를 주는 적시타를 맞기도 했지만 손시헌을 내야 플라이, 김성욱을 삼진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졌다.
의미가 있는 임찬규의 등판이었다. 이 투구는 임찬규의 포스트시즌 첫 투구였다. KIA 타이거즈 상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는 빠졌지만,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28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 하지만 4차전 등판 전 임찬규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구위, 경험면에서 선배들에 비해 아직 부족한 임찬규이기에 매순간 전쟁같은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든 현실이었다. 아예 경기가 초반에 넘어가거나, 긴 연장 승부가 이어져야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는데 그런 경기 조차도 없었다.
임찬규는 2011년 휘문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로 LG에 입단한 강속구 유망주였다. 데뷔 첫 해 9승6패7세이브를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거침없이 뿌리는 강속구가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혹사 논란 속 2012, 2013 시즌 연속 부진에 빠졌고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시즌 복귀했다. 이전에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사라졌지만, 칠테면 쳐봐라 식의 배짱 승부는 여전해다. 후반기 5선발 요원이 없어 애를 먹던 LG 마운드에 혜성같이 나타나 가을야구 진출의 숨은 공신 역할을 했다. 본인은 3승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임찬규가 선발로 나가는 날 유독 승률이 좋았기 때문이다.
임찬규는 2013년 LG가 11년만에 가을야구를 하는 가운데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2014년에는 군대에 있었다. 그렇게 올시즌이 임찬규에게 첫 가을야구였다. 그는 "경기에도 나가고 싶고, 우리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도 나가고 싶다. 입담으로라도 내 역할을 하겠다"며 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여기에 92년생으로 투수조 막내. 경기 전 투수조 훈련에 물통을 나르는 일도 임찬규의 몫이었다. 경기에는 못나가도, 늘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물통을 나르던 임찬규같은 선수가 있기에 LG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양상문 감독도 배려를 했다. 포스트시즌, 10점차라도 포기해서는 안되는게 프로의 자세지만 패색이 짙어지자 막내에게 공을 던질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임찬규도 한을 풀 듯 열심히 공을 던졌다. 이날의 짧은 경험이 훗날 임찬규의 성장 과정에 큰 자양분이 될 게 틀림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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