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기막힌 우연이었지만, 작가의 일침은 울림이 깊다.
온 나라가 비선실세 최순실 사태에 떠들썩한 가운데, 커튼 뒤 검은 권력의 추악함을 먼저 쓴 작가가 있다. 2014년 방송된 JTBC '밀회'를 쓴 정성주 작가의 이야기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체육특기생으로 2015년 이화여대에 입학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과 비문·오타 투성이의 부실한 과제물로 좋은 성적을 얻은 점에 대한 의문, 출석일수에 대한 배려 논란이 터져나왔다.
'밀회'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부모 덕으로 명문대 음대 피아노과에 특기생으로 입학한 정유라(진보라 분다.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직접 학교를 찾아 교수를 만나자 학점을 해결한다. 극중 정유라의 엄마 백선생은 '투자전문가'로 위장한 무속인이다. 극의 후반부에는 모녀가 해외로 도피한다는 점도 현실의 최순실 모녀의 행적과 닮아 있다.
또한 극중 예술재단 딸인 서영우(김혜은)호스트바 출신 어린 남성을 만난 뒤 그를 사업파트너로 둔갑시켜 상위 1%를 위한 수입의류매장을 차려주는 장면도 회자된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대통령의 가방으로 불리는 '빌로밀로'를 론칭한 고영태씨가 전직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함께 입에 올랐다.
특히 3화에서는 피아노과 입학 실기시험을 앞두고 조교(허정도 분)가 "124번 이선재(유아인), 125번 정유라, 126번 최태민" 이라며 수험생의 출석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최태민은 최씨의 아버지이자 정씨의 외할아버지인 최태민 목사의 이름. 이쯤되자 정성주 작가에게는 '예언자'라는 수식어까지 붙었고, '도플갱어'라는 말도 나왔다. 여기에 일부 네티즌들은 정 작가와 최순실의 나이가 같은 점, 또한 정 작가가 이화여대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더 커다란 음모론에까지 이야기를 접목시킨다. 진실은 무엇일까.
정성주 작가는 27일 스포츠조선에 "우연의 일치"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 딱히 밝힐 말이 없다. 불필요한 확대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길 바란다"며 작가 본연의 '글쓰기'에 집중할 뜻을 전했다. 작가는 말을 아꼈지만, 그가 선견지명처럼 예고한 이야기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뒤늦은 교훈을 주고 있다.
'밀회'는 JTBC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수작으로 손꼽힌다.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밀회'의 안판석 감독이 연출상을, 정성주 작가가 극본상을 수상했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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