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조진웅의 사전에 '자기 복제'란 없다.
'신비주의 배우'가 대접받는 시대는 이미 간지 오래다. '톱스타는 드문드문 작품을 한다'는 고정관념은 지워진지 오래. 연기력과 흥행력을 모두 갖춘 톱배우들도 쉬지 않고 작품을 하며 연달아 대중을 만나고 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작품을 하면서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연속되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연기력과 흥행력은 여전하지만 이전 작품과 다를 바 없는 역을 맡게 되면서 대중에게 '자기 복제'의 연속이라는 아쉬운 소리를 듣기도 한다.
배우 조진웅 역시 다작을 하는 배우다. 데뷔 직후 한해도 쉬지 않고 새로운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대세 배우를 걸쳐 톱스타 반열에 오른 직후에도 다를 바가 없다. 2016년에만 드라마 두 편('시그널' '안투라지')과 영화 세 편('아가씨' '사냥' '해빙'(개봉예정)), 총 다섯 편의 작품을 내놨다. 하지만 이렇게 쉴 새없는 작품 활동에도 불구하고 조진웅이 구사하는 연기와 캐릭터에는 '자기 복제'가 없다.
올해 3월 종영된 tvN '시그널'에서 조진웅은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 역을 맡았다. 어리바리함이 한껏 묻어나는 초짜 순경 시절부터 수더분하면서도 정의로운 베테랑 경력 형사의 모습까지 연기했다. 첫사랑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순박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고 그녀를 떠난 보낸 후 눈물을 쏟는 모습은 시청자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하지만 현재 방송중인 tvN '안투라지'에서는 180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김은갑은 스타 군단을 거느린 매니지먼트 회사 대표로 바닥부터 시작해 특유의 추진력과 사업수단으로 지금의 위치에 와있는 입지적 인물.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거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악담가이자 괴팍하고 과격한 분노조절장애까지 있는 캐릭터다. 수더분함과 정의로움을 똘똘 뭉쳐진 이재한과는 180도 다른 인물이다.
올해 6월 개봉해 청소년관람불가임에도 428만 관객을 동원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는 우리가 알던 조진웅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신했다. 2014년 '명량' 이후 또 다시 일본인 역할을 맡았지만 야망과 카리스마로 똘똘 뭉쳤던 아키자카 장군('명량')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아가씨'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는 변태성을 숨기고 사는 일본의 귀족. 직접적으로 야망과 욕망을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에 더러운 욕망을 지닌 노인이다. 조진웅은 이 역을 소화하기 위해 파격적인 노인 분장부터 극심한 다이어트까지 진행해 복잡하고 미스터리한 코우즈키라는 인물을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이뿐 아니다. 6월에 개봉한 영화 '사냥'에서는 코우즈키와는 결이 다른 강렬한 악역을 연기했다. 쌍둥이 동근과 명근 역으로 1인 2역 '비리 경찰'은 연기했다.
어리숙하고 모자라보이는 말더듬이(영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부터 침착하고 차분한 소름끼지는 목격자(영화 '끝까지 간다') 능청스러운 코믹 카톨릭 신부('우리는 형제입니다'), 강직하고 올곧은 조선의 제일검(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등 매작품 마다 단 한번의 '자기 복제' 없이 연기하는 조진웅. 앞으로의 작품에서는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관심이 관심이 모아진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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