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이 표정을 싹 바꾸자 신음하던 한국 축구가 다시 살아났다. 15일 우즈베키스탄전, 기성용(27·스완지시티)의 이미지는 '전사'였다.
사실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지난 7일(한국시각) 맨유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홈 경기에서 발등을 다쳤다. 이 때문에 소집 후에도 정상 훈련을 하지 못했다. 11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회복에만 전념했다. 기성용이 공을 만지고 동료들과 정상적인 훈련을 펼친 건 12일부터였다. 당시 기성용은 "몸 상태는 100%가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맨유전에서 상대 공격수들을 막지 못하고 중원 사수에 실패해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태극마크와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은 달랐다. 우즈벡전 90분 동안 마치 모든 것을 걸었다. 그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정신력이 느껴졌다. 그 방증이 바로 '헤딩'이었다. 그 동안 패싱력과 축구 센스에 비해 헤딩력이 약해 반쪽 짜리 선수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적극적으로 상대 선수와의 헤딩 경합을 펼쳤다. 기성용이 이 경기 결과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다소 생소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4-1-4-1 포메이션에서 원 볼란치(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 섰다. 그 동안 약팀을 상대할 때는 한국영(알 가라파)과 정우영(충칭 리판) 등 수비형 미드필더를 뒤에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됐던 터. 그러나 우즈벡전에선 원 볼란치를 자청했다. 공격시에는 슈틸리케호 빌드업의 시작점이었다. 공격 기회가 생겼을 때는 과감하게 전진해 중거리 슛도 날렸다. 수비시에는 상대 스트라이커를 마크하고 포백 수비를 보완하는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의 헌신이 동료들을 깨웠다. 기성용은 0-1로 뒤진 전반까지 우즈벡에 허용한 역습 상황을 수차례 협력 플레이로 막아내며 역량을 100% 발휘했다. 부단한 움직임 속에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후반에는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제 몫을 다했다. 경기 막판에는 태클에 쓰러진 손흥민을 상대 선수들로부터 보호하며 거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발 더 뛰며 팀을 위해 헌신하던 '캡틴'의 투혼. 동료 선수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기성용 발 투혼의 태극전사들은 젖 먹던 힘까지 발산해 기어이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추락하던 한국 축구의 극적 부활, 그 중심에서 '캡틴' 기성용의 투혼이 빛났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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