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리그 클래식 12개 팀 중 주전멤버의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팀은 전북 현대다. 대부분 30대가 넘는 선수들로 채워져 있다. 부동의 골키퍼 권순태(32)와 최고참 이동국(37)을 비롯해 에두(35) 김형일 박원재(이상 32) 조성환(34) 김창수(31) 레오나르도 신형민(이상 30) 등 골키퍼 1명과 무려 8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서른 줄이 넘었다.
매년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이 걱정되는 나이. 하지만 이들에게는 '퇴물' 또는 '노장'보다는 '베테랑'이라는 긍정적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여전히 젊은 피 못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들이 '빅 클럽' 전북에서 전력의 핵으로 활약할 수 있는 이유는 최강희 감독의 무한 신뢰 덕분이다. 최 감독은 "포지션별로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을 놓고 비교했을 때 기량이 비슷한데 몸 상태에서 베테랑이 젊은 선수들에 비해 49대51로 뒤진다고 해도 나는 베테랑을 선택한다"며 선수 기용에 대한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최 감독은 왜 '베테랑'을 더 선호할까.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전북에서 젊은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상당하다. 이겨내지 못해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반면 오랫동안 전북에서 지낸 베테랑 선수들은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 안정적이다. 특히 감독의 분위기와 눈빛만 봐도 무엇을 주문할지 알고 스스로 준비한다.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베테랑이 훈련 과정에서 최 감독의 눈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최 감독의 논리에 불만을 가지는 젊은 선수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 감독의 얘기를 듣고나면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진다. "너희들도 나이를 먹게 된다. 지금 인내의 시간을 겪다 보면 지금의 형들처럼 뛸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그 때 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베테랑들은 감독이란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다고 거들먹거리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언제라도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형성된 베테랑들과 젊은 피들 간 자연스런 경쟁과 조화가 지금까지 전북을 이끈 힘이었다.
전북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놓여있다. 오는 26일 알 아인(아랍에미리트)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원정 2차전을 치른다. 상황은 다소 유리하다. 홈 1차전을 2대1로 역전승했기 때문에 2차전에선 비겨도 우승컵에 입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이 '비겨도 된다'는 안일함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은 재빨리 마음의 시계를 제로 베이스로 돌렸다. 선배들의 솔선수범은 이재성 등 젊은 선수들에게도 초심을 불러일으켰다.
최 감독은 마지막 승부에서도 베테랑을 적극 기용해 그라운드 위에서의 변수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부상 선수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다. '베테랑 파워'는 전북의 10년 한을 풀어 줄 열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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