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정의 출발은 '지지대 더비'였다.
안양LG(현 FC서울)와 수원 삼성, 안양-수원 사이의 지지대고개 이름을 딴 두 팀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K리그의 용광로'였다. 수원 코치였던 조광래 감독의 안양 사령탑 취임, 안양 출신 스타 서정원의 수원 입단, 안양에서 방출되어 수원으로 이적한 뚜따의 도발 등 숱한 이야기 거리가 넘쳤다.
켜켜이 쌓인 앙금은 2004년 폭발했다. 안양 시대를 마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안착한 FC서울과 '축구수도'를 자부하는 수원 삼성의 자존심이 정면 충돌했다. 선수단 분위기는 매번 임전무퇴, 결사항전이었다. 팬심은 말 할 필요가 없었다. 매 경기가 '승리가 아니면 죽음'의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K리그 통산 최다관중 톱10 중 5번이 두 팀의 싸움이었다.
2010년 '슈퍼매치'라는 브랜드의 탄생 후에도 불꽃은 뜨겁게 타올랐다. 매치 후유증 끝에 옷을 벗은 사령탑도 있었다. 2010년에는 차범근 전 수원 감독, 이듬해에는 황보관 전 서울 감독이 직격탄을 맞았다. 차 감독은 서울 원정에서 1대3으로 패한 것이 연결고리가 돼 팀 사상 최다인 6연패를 기록했다. 중도 사퇴의 빌미가 됐다. 황보 감독도 같은 길을 걸었다. 2011년 K리그 개막전에서 수원에 0대2로 무릎을 꿇었고 이후 한 달 동안 1무2패로 부진했다. 수원전 악몽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2년은 가장 치열했던 슈퍼매치의 해로 기억된다. 당시 서울을 상대로 무패를 내달리던 수원은 '승점자판기'와 '북벌(北伐)', 서울은 '반칙왕'으로 응수했다. 양팀 선수들이 매 경기 집단 충돌하며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을 정도로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슈퍼매치는 스타탄생의 무대이기도 했다. 박주영과 데얀(이상 서울)은 '슈퍼매치의 해결사'로 통한다. 두 선수가 각각 슈퍼매치에서만 6골을 넣으며 최다득점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주태(서울)는 지난해 11월 슈퍼매치에서 홀로 4골을 넣어 슈퍼매치 단일 경기 최다득점자 반열에 올랐다. 수원에선 '곽대장' 곽희주를 놓고 슈퍼매치를 빼놓을 수 없다. 상대 공격수를 묶는 파워풀한 수비가 슈퍼매치 때마다 더욱 빛을 발했다. 수원이 서울전마다 착용하는 '북벌 완장'의 주인공인 염기훈의 활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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