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적에 열광한다. 하지만 알고보면 과정 없는 기적은 없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준비가 있을 뿐….
10개를 준비하면 그 중 2~3개쯤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거친 성과는 오래간다. 물론 결과 중에는 과정이 생략된 채 소위 '얻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바닷물 안에서 손에 쥔 모래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뿐이다. 지속가능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한국 축구 발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준비 없는 열띤 토론은 의미가 없다. 과정이 없는 한 잠시 들떴다 실망하는 수 밖에 없다. 늘 그래왔던 것 처럼….
한국 축구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 준비 과정의 밑그림에 i-리그가 있다. 주인공은 유소년이다. 리그하면 우승팀, 뭐 이런 개념들이 떠오르지만 i-리그는 조금 다르다. 전국 27개 시군구의 170여개 유·청소년 클럽들이 총 출동해 1년 내내 생활 속에서 경기를 펼친다. 승패는 절대선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엘리트 위주가 아닌 고른 출전이 이뤄진다. 둥근 축구공처럼 특권 없는 평등한 축구 세상. i-리그의 지향점이다. i-리그에서는 축구만이 전부가 아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고른 신체는 물론 균형잡힌 정서 발전을 함께 추구한다. 이를 위해 즐거운 놀이 개념을 접목했다. 현장마다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놀이 체험이 펼쳐진다. 좋아서 뛰어놀다 보면 자연스레 몸도, 마음도 커진다. 물론 그런 가운데 선물처럼 천재 엘리트도, 대기만성형의 엘리트 선수가 그 정체를 드러낸다. 이 아이들이 모여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끈다. 이런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는 상당히 이상적이다. 취지가 훌륭하니 공공 기관들이 많은 관심과 후원을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 i-리그의 주관은 대한축구협회, 주최는 대한체육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한다.
한국축구의 씨앗인 i-리그는 끊임 없이 미래지향적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7월 3박4일간 강원도 인제에서 i-리그 여름축구축제를 개최해 꿈을 선사했다. 캠핑과 문화체험을 통해 자연과 축구가 하나가 되는 자리가 됐다. 지난 20일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i-리그 탄생 이후 최초로 왕중왕전을 열었다. 최고 실력자가 가려졌지만 이 역시 승부보다는 지역간 축구 교류의 활성화에 더 큰 방점이 찍힌 대회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5일~27일 2박3일간 충주 수안보체육공원에서 i-리그 우수선수 및 지도자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27개 지역에서 216명의 선수와 54명의 지도자가 참석한 이 행사에는 축구 선진국 독일과 스페인의 해외 명문구단 지도자들이 초청돼 실기 및 이론 교육을 실시하고 친선경기를 가졌다. 해외 지도자들은 조별로 나뉘어 유소년 선수들에게 볼 컨트롤, 리프팅, 슈팅 등과 함께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지도자들에게는 세부기술별 지도법과 현지 축구교육법, 구단 운영 노하우 등을 전수했다. 좀처럼 얻기 힘든 기회 속에 선진적 노하우가 고스란히 전수됐음은 물론이다.
i-리그의 눈는 이미 내년을 향해 있다. 더 알차게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을 통해 풀뿌리 축구를 단단하게 심어갈 예정이다. 그렇게 i-리그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향해 중단없이 달려가고 있다. 준비된 기적이 조용히 영글어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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