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선두가 바뀐다. 2016~2017시즌 프로배구 남자부의 모습이다.
3라운드가 다가오는 시점에 무려 7개 중 5개 팀이 선두 경쟁 중이다. 한국전력, 대한항공,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다. 6라운드까지 펼쳐지는 장기 레이스에서 시즌 초반이라고 하지만 5강2약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그림이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구도 덕분에 스토리는 풍성해지고 있다. 팬들의 재미는 배가 되고 있긴 하다.
그렇다면 역대급 선두 경쟁은 왜 나타나고 있을까.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힌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할 수밖에 없다. V리그는 지난 2005년 태동 이후 외인 공격수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심했다. 소위 '몰빵 배구'가 대세였다. 외국인 공격수만 잘 데려오면 한 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었다. 한국배구연맹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장치로 트라이아웃을 도입했다. 그러나 팀 색깔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몰빵 배구'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정도를 제외하고 삼성화재, 우리카드, KB손해보험 등 나머지 팀들은 여전히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역대 세계적인 외인 공격수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트라이아웃 외인들이라도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OK저축은행의 부진이 좋은 예다. 로버트 랜디 시몬이 빠지자 성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새 외인 공격수 마르코는 시몬의 빈 자리를 10%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토종 거포'들의 활약도 팀 성적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광인의 한국전력, 문성민의 현대캐피탈, 최홍석의 우리카드, 김학민의 대한항공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외인들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과 기량이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센터들의 활약 여부도 선두 경쟁에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센터들이 높이를 장악하는 팀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윤봉우가 한국전력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고 현대캐피탈에선 최민호가 신영석과 함께 '트윈 타워'를 구축하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로 변신한 최민호는 원래 포지션인 센터에서 더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도 센터 진상헌이 부활하면서 선두 경쟁의 기본요소를 채워주고 있다.
V리그 5강체제의 균열은 언제 이뤄질까. 오리무중의 선두판도가 길게 이어지면서 프로배구 남자부가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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