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익숙해진다는 건 쉬워진다는 말의 동의어가 아니다. 가장 익숙할 때가 어쩌면 가장 정체된 순간일 수있다. 새로운 것을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매너리즘의 덫에 걸려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베테랑 선수들의 본능적 위기감과 고민. 전남 최효진(33)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에서 뛴 시간만 10년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그는 연신 "축구 어렵다"며 머리를 긁적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화를 신은 최효진은 K리그에서만 337경기를 뛴 소위 '베테랑'이다. 2005년 프로 입문 뒤 단 한 시즌도 쉬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킨 '성실맨'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효진에게 축구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2016시즌 생애 처음으로 단 '주장 완장'은 그에게 더욱 많은 숙제를 남겼다.
최효진은 "지난 시즌에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한 편의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의 한 시즌이었다. 전남은 시즌 초 연패의 늪에 빠지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5월에는 노상래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주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최효진은 "동계시즌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시즌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몸 상태가 나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고 돌아봤다.
눈앞이 캄캄한 상황. 최효진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제 자리를 지키는 것. 다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캡틴' 최효진은 훈련 때나 경기 때나 묵묵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선배의 솔선수범에 후배들도 제 자리를 충실하게 지켰다.
인내의 열매는 달콤했다. 기적적인 반전이 벌어졌다. 전남은 7월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전남의 유니폼을 입은 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물론, 어린 선수들도 팀에 적응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분위기를 탄 전남은 2013년 스플릿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그룹A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노상래 감독은 "최효진 등 베테랑들이 중심을 잘 잡아준 덕분"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효진은 "선수 생활을 오래 했지만, 올 시즌에는 유독 많은 것을 배웠다"며 "선수들의 마음을 잘 다독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알게됐다"고 말했다.
값진 2016시즌을 마친 최효진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달부터 지도자자격증 수업에 들어간다. 그는 "나는 아직도 배우고 경험하는 중"이라며 "하나라도 더 배워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찬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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