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대표팀 기대를 했었죠."
K리그 최고 풀백. 바닥부터 출발해 땀으로 이뤘다. 하지만 태극마크는 없었다. 실망은 이르다. 이루지 못한 목표까지의 여백은 오히려 더 달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2016년 정 운(27·제주)의 축구인생은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였다. 정 운은 2012년 울산에 입단하며 청운의 꿈을 품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당장 뛸 곳이 필요했다. 국내 실업팀 테스트까지 보러다녔다. 하지만 그를 불러주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2013년 크로아티아 클럽팀 NK이스트라와 계약했다. 정 운은 이적 첫 시즌 리그 12경기에 출전한 데 이어 2013~2014시즌 26경기에 나섰다. 정 운은 2014년 RNK스플릿으로 이적했다. 기량이 만개했다. 당시 왼쪽 풀백 기근에 시달리던 크로아티아 축구협회가 정 운의 귀화를 고려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 운의 눈길은 자신을 외면했던 국내 무대를 향해 있었다. 그곳에서 가치를 입증하고 싶었다. 그렇게 정 운은 지난 겨울 제주 유니폼을 입었고 국내 정상급 풀백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32경기에서 1골-5도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정 운의 활약 속에 제주는 클래식 3위로 6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을 획득했다. 정 운은 2016년 클래식 최고의 왼쪽 풀백에 선정됐다.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마친 정 운을 지난 29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 속 한 구석에는 허전함이 남아있었다. "솔직히 욕심난 게 하나 있었는데…"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연 그는 "대표팀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내가 부족하긴 해도 K리그에서 인정받고 열심히 하면 적어도 한 번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K리그 최고 풀백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정 운을 찾지 않았다. "당연히 아쉽다. 그러나 선수 선발은 감독의 권한이다. 내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애써 위로했지만 씁쓸한 감정을 완전히 감출 순 없었다. 정 운은 "특히 대표팀 왼쪽 풀백 자원이 없다는 말이 많은데 내 이야기가 아니라 K리그에 수준급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K리그가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뛴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대표팀은 선수들이 꿈꾸는 최고의 목표이자 가장 큰 동기부여"라고 했다.
포기 없이 목표만을 향해 달려온 그의 축구인생. 대표팀을 향한 의지도 당연히 현재진행형이다. 군 입대까지 미뤘다. 정 운은 올해가 지나면 만 27세가 넘어 국군체육부대와 경찰청에 지원할 수 없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제주에서 활약을 펼쳐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각오다. 정 운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라면서도 "내게 기회를 준 팀에서 출전하면서 대표팀에 승선한다면 모두에게 더 뜻 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지금은 부족하지만 대표팀 풀백을 논할 때 '정 운'이라는 선수가 떠오르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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