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되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권순형(30·제주)의 목소리엔 기쁨이 가득했다. 권순형은 "팀이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나가게 돼서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제주는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위로 ACL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2011년 이후 6년만에 이룬 쾌거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제주에 새 얼굴들이 많았다. 모두 연착륙하며 제주의 약진에 힘을 보탰다. 안현범은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정 운은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뽑혔다. 이근호는 베테랑의 품격을 선보였다. 이광선 권한진 트윈 타워는 '골 넣는 수비수'로 강한 인상을 심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던 '숨은 공신'이 있다. 권순형이다. 그는 올시즌 37경기에 출전했다. 1경기만 쉬고 모든 경기에 나섰다. 여기에 5골-8도움까지 올렸다. 권순형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준 덕"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내 플레이가 돋보이길 원치 않는다. 팀이 최우선"이라며 "나는 공격과 수비가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해 뛰면 된다"고 했다.
한사코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지 않은 권순형. 그러나 감추고 싶지 않은, 아니 감출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었다. 딸에 대한 애정이다. 권순형에겐 18개월 된 딸 서진 양이 있다. 그에게 딸은 어떤 의미일까. "정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큼 힘이 된다."
권순형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다. 하지만 실제 권순형의 역할은 '수비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격과 수비에 조율까지 도맡아 한다. '중원의 사령관'이다. 때문에 많은 활동량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올시즌 거의 전경기에 출전했다. 잔부상도 없었다. 권순형은 "올해 정말 많은 운이 따라준 것 같다. 사실 난 체력이 특별하게 좋은 편은 아니"라면서 "그런데 올시즌엔 달랐다. 여름엔 솔직히 힘들긴 했는데 어떻게 계속 뛰어지더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집에 와서 서진이의 미소를 보면 모두 눈 녹듯 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갓난 아기일 것 같았던 딸이 어느덧 이유식을 떼더니 의사소통도 하기 시작했다. 권순형은 "이제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정말 신기하다"며 "말도 다 알아 듣는다. '사랑해'라고 하면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를 만들기도 한다"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식성까지 닮았다. 권순형은 "난 계란을 좋아하는데 서진이도 계란을 참 잘 먹는다"며 "거짓말이 아니라 식사를 안 해도 서진이가 잘 먹는 걸 보면 배가 부르다"며 크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권순형은 "아빠가 돼보니 부모의 마음을 알겠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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