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배구는 세터 싸움이죠."
11월30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대결이 펼쳐진 구미박정희체육관. 종전까지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KB손해보험이 선발 세터를 바꾸는 강수를 뒀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은 주장이자 주전 세터인 권영민(36)을 빼고 신인 황택의(20)를 투입했다. 올 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문한 황택의는 최근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는 한국전력의 강민웅(31)과 지략대결에 나섰다.
결과는 KB손해보험의 승리. KB손해보험은 자신에게 전달된 볼 62개 중 31개를 공격수에게 정확히 올린 황택의의 활약을 앞세워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제압, 꼴찌탈출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강민웅의 난조 속에 패배를 기록했다.
경기 뒤 강 감독은 "배구는 세터가 가장 많은 공을 만지는 만큼 세터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며 "주전 세터인 권영민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다. 생각이 많아지면 상대에 읽힌다. 그래서 황택의를 투입해 신인 특유의 패기를 보여달라고 했다. 잘했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판도, 그 중심에 '세터 싸움'
강 감독의 말처럼 배구에서 세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공격수의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볼을 배급하는 세터가 부진하면 경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 세터를 코트의 사령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세터 싸움이 치열하다. 지난 시즌 '세터상'을 받은 대한항공의 한선수를 비롯해 유광우(31·삼성화재) 노재욱(24·현대캐피탈) 등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여기에 강민웅과 김광국(29·우리카드)이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세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대한항공에서 한국전력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강민웅은 '컴퓨터 세터' 출신 신영철 감독 밑에서 훌쩍 성장했다. 신 감독 역시 흡족함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강민웅이 좋아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렀던 한국전력(승점 47점)은 올 시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카드도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던 우리카드(승점 21점)는 올 시즌 중상위권을 오가며 다크호스로 등극했다. 돌풍의 중심에는 주전 세터 김광국이 있다. 지난 시즌 내내 불안정한 모습으로 김상우 감독의 애를 태웠던 김광국은 올 시즌 집중력을 발휘해 팀을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김광국이 성장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쌓이고 여유가 생긴 덕분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세터의 활약은 팀 성적과 직결된다. 세터들의 활약에 V리그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국전력,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7개팀 중 5개팀이 살얼음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야말로 세터들의 손끝에서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는 '역대급'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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