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갤러리 오니깐 잘 치네." (이범호가 송광민에게)
"아니 분명 이 쪽으로 날아갔다니깐요." (김태균이 캐디에게)
시종일관 웃음꽃이 피었다. 타석에서 보인 컨택트 능력, 파워는 없었지만 더 흥미로웠다. 5일 춘천 라데나 GC에서 열린 제35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다. 이번 대회에는 이범호(KIA 타이거즈) 김태균 송광민(이상 한화 이글스) 양의지(두산 베어스) 박경수(kt 위즈) 등 선수 5명이 참가했다. 이 중 박경수를 제외한 4명이 한조에서 플레이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타자 4명이 또 다른 필드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호쾌한 샷은 없었다. 선수들도 "즐기는데 목적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왕 여기까지 온 것 많이 치는 게 남는 장사"라고 농담을 던졌다. 그도 그럴 만 한 게 양의지는 이번이 두 번째 라운드였다. "그간 스크린 골프만 쳤다. 이 대회를 위해 최근 딱 한 번 필드에 나가봤다"는 게 양의지의 말이다. 구력만 따지면 어느덧 14년이 된 김태균도 "1년에 2~3번 칠까 말까다. 실력이 도통 늘지 않는다"며 "잘 치려하기보다 즐기고 있다"고 쿨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태균과 양의지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골프채를 잡은 햇수로만 따지면 프로와 리틀야구 선수의 차이이지만 기량은 엇비슷했다. 가장 안정된 골프 스윙을 지닌 이범호는 "우열을 가리지 힘들다. 둘이 똑같다"고 했다. 송광민도 "(김)태균이 형이 구력만 따지면 최고인데"라고 놀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구안, 컨택트 능력하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태균이지만 골프채와는 영 궁합이 맞지 않았다. 제대로 맞았다 싶으면 슬라이스가 걸렸고, 땅을 치기 일쑤였다. 캐디와 사라진 공을 찾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양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필드에 나오기 위해 꽤 많은 돈을 썼다"던 그는 역시 '초짜' 티를 벗지 못했다. 쇼트 게임에서 특히 약점을 보였다.
그래도 둘 모두 간간이 깜짝 놀랄 샷을 선보였다. 제대로 걸리면 쭉쭉 뻗어나갔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이던 김태균은 4명 중 비거리 1위였다. 가장 긴 레이크 7번홀에서 압도적으로 멀리 쳤다. "제가 승부처에서 역시 강하지 않습니까. 한 번 걸리면 이렇게 됩니다." 양의지는 '초보'가 하기 어렵다는 파에 성공했다. "조금씩 감이 오네요. 제가 파를 할 줄이야." 그 장면을 지켜본 이범호는 "야구할 때 안 칠 것같이 하면서 친다. 골프도 똑같다. 잘 못한다고 하면서 잘 한다"고 인정했다.
그렇게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4명의 자존심 싸움은 오후 1시30분쯤 끝이 났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가 없어 긴장감이 떨어졌을 법한 이범호가 90타, 송광민이 100타였다. 양의지는 103타, 김태균은 113타였다. 라운드를 끝낸 이범호와 송광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더 잘 칠 수 있었는데" 하는 표정이었다. 반면 양의지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였다.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는 모양새였다.
구력 1위 김태균은 능청스럽게 취재진의 대답을 피했다. '오늘 스코어가 어땠냐'고 묻자 "에이~뭘 그런 걸 물어보세요. 재미있게 쳤다"라고 했다. 서둘러 자리를 피한 그는 "잘 쳤습니다"라고 씨익 웃었다.
춘천=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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