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고 싶은 상, (최)형우가 다 가져가네요." (김태균)
"마지막에 조금만 더 열심히 하셨으면." (최형우)
KBO리그 간판 타자들의 입담에 웃음꽃이 피었다. 8일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2016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다. 선배들이 꼽은 '최고의 선수상' 수상자는 최형우(KIA 타이거즈)였다. '최고의 타자상'은 김태균(한화 이글스) '최고의 투수상'은 장원준(두산 베어스) '최고의 신인상'은 신재영(넥센 히어로즈)이 받았다. 어느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다소 뻔하게, 또 딱딱하게 흘러갈 수 있는 행사 분위기를 김태균이 바꿨다. 단상에 올라가 트로피를 받은 그는 "어떤 상보다도 뜻 깊다.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운동을 하다가 최근 시상식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잘 쉬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돌아보면 아쉬운 시즌이었다. 팀 성적에 대한 큰 기대를 갖고 시작했는데, 부족했다"며 "내년에 더 열심히 하겠다. 받고 싶은 상은 (최)형우가 다 가져간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자 최형우가 재치있게 받아쳤다. "시즌 막판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선배가 탈 수 있었는데)"라는 것이다. 순간 김태균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됐다. 하지만 다시 마이크를 쥘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최형우가 말한 '시즌 막판'은 안타와 관련된 것이다. 둘은 올해 최다 안타 타이틀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일찌감치 출루율(0.475) 부문 1위를 확정한 김태균은 매섭게 안타를 추가 했다. 멀티히트 경기를 잇따라 완성하며 최형우를 뒤쫓았다. 하지만 결국 193개로 최형우(195개)에 부족했다. 최형우의 타격 3관왕(타율·타점·안타)도 그렇게 완성됐다.
둘이 이미 지난달 정규시즌 MVP 시상식에서도 한 차례 입심 대결을 벌였다. 당시에도 최형우는 "김태균 형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10경기 남겨 놓고는 경기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켰다"며 "너무 쫓아오셔서 긴장했는데 마지막에서 양보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 때 김태균은 "(최)형우는 내가 항상 마음 속으로 최고의 타자로 생각하는 선수다. 그런 선수를 긴장시켜서 기분 좋았다"고 쿨하게 답변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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