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민경삼)
사퇴의 변만 보면 영락없는 사령탑 코멘트다. 사실 감독들은 대부분 구단에 의해 경질될 뿐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민경삼 SK 와이번스 단장(53)이 2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외국인 감독 선임 등을 다 마무리하고 이제 새시즌을 시작하려는 순간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팀 성적은 감독만의 몫이 아닌 세상이 오고 있다. 야구단 단장은 더 이상 구단(모기업) 소속 임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야구단 구성의 한 축으로 면모중이다.
내년을 뜨겁게 달굴 야구계 큰 변화 축은 감독과 단장이다. 첫 번째는 최연소인 장정석 넥센 감독(43)과 김한수 삼성 감독(45) 등 젊은 감독들의 도전이다. 야구 스펙트럼은 넓어지고 젊어지고 있다. 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두 번째는 단장의 역할론이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단장은 현장을 보조하는 지원 역할에 그쳤다. 민경삼 전 단장과 김태룡 두산 단장 등 야구인 출신 단장들은 일정부분 자신의 고유 역할을 부여받았지만 나머지 단장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달 한화 이글스는 구단 혁신을 외치며 박종훈 NC 다이노스 육성본부장을 단장으로 모셔왔다. 1군 운영은 김성근 감독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모두 챙긴다. 박 단장은 선수 구성과 코칭스태프 인선까지 깊숙한 곳까지 관여한다. 야구인을 넘어 1군 감독 출신 단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LG 트윈스는 송구홍 단장에게 중책을 맡겼다. 송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 코치, 운영팀장을 역임했다. 삼성 라이온즈도 김한수 감독과 함께 홍준학 단장을 새로 임명했다. 분위기 쇄신과 구단의 혁신, 장기비전 등을 이유로 류중일 감독과 안현호 단장을 동시에 바꿨다. 류 전 감독은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안 전 단장은 교체됐다. 홍 단장은 전임 안 단장과 마찬가지로 199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사해 한우물만 팠다. 여전히 모기업 출신 임원들이 단장으로 자리한 몇몇 팀이 있지만 분위기는 예전같지 않다. 단장들은 적극적으로 야구단에 녹아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KBO리그에서 단장의 역할은 확대되는 추세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프런트의 장기비전과 구단 운영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일본프로야구도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식 구단 운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커지는 법이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맨먼저 감독이 옷을 벗지만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단장도 점차 운명공동체로 인식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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