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계 선수로 유명한 앨리슨 리(21)와 노무라 하루(24)의 공통분모는 혼혈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세계 정상급 골퍼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계 선수의 대를 이를 차세대 골퍼가 성장 중이다. 주인공은 단젤라 샤넬(7)이다. 한국켄트외국인학교 2학년인 샤넬은 미국에서 만나 백년가약을 맺은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한국이다.
샤넬은 아기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뽐냈다. 세 살 때까지 TV광고를 비롯해 잡지화보, 쇼핑몰 아기모델로 활동했다.
평소 활동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보인 샤넬은 네 살 때부터 피겨스케이트와 리듬체조,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방면에서 끼를 발산하던 샤넬이 골프채를 잡게 된 건 다섯 살 때였다. 우연히 할머니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는데 당시 자신의 키보다 큰 골프 클럽으로 공을 맞추는 것을 본 주위 관계자가 골프 입문을 권했다. 그 때부터 샤넬은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주니어 골프채를 구입해 간헐적으로 골프 레슨을 받던 샤넬은 여섯 살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레슨에 돌입했다. 피겨스케이트, 리듬체조, 발레보다 골프에 더 큰 흥미를 느낀 샤넬은 유치원을 다녀온 뒤 퍼팅 연습과 골프채널 시청 등 스스로 골프 선수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샤넬의 재능은 2016년부터 발휘됐다. 세 개의 유소년 골프대회에 참가, 모두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 월드 스타 골프 챔피언십 1~2학년부 4위를 차지했는데 샤넬이 속한 1학년 부문에선만 따지면 1위였다. 지난 7월에는 제7회 한국주니어골프최강전 1~2학년부에서도 3위에 올랐지만 1학년 부문에선 1위였다. 지난달에는 2016년 한국주니어골프협회장배 골프대회 1~2학년부에서 공동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생애 최저타수인 84타를 기록했다.
드라이버로 멀리 공을 날릴 때 쾌감을 느끼는 샤넬은 퍼팅이 홀컵으로 빨려 들어갈 때 나는 소리도 좋아한다. 샤넬은 골퍼로서 확실한 목표도 세웠다. 여자선수 중 최고의 장타가 되고 싶다는 것과 현역 은퇴 뒤 골프 꿈나무를 지도하고 싶다는 것이다.
샤넬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다. 골프를 즐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다. 샤넬의 필드 동반자이기도 한 할머니는 샤넬의 골프 매니저 역할도 하고 있다. 월드 스타 골프 챔피언십 때는 할머니가 손녀의 캐디를 맡았을 정도다. 또 한 명의 도우미는 외삼촌이다. 샤넬과 함께 사는 외삼촌은 스스로 골프 테스트를 준비하면서 대회 때마다 샤넬의 캐디를 담당하고 있다.
강한 승부욕까지 갖춘 샤넬의 강점은 외국어 능력이다. 한국어를 포함해 5개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한다. 내년부터는 프랑스어 공부까지 시작할 예정이다. 샤넬의 꿈은 훗날 프로 무대에서 다양한 언어로 우승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샤넬은 골프연습이 끝난 뒤 다양한 언어로 우승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놀이도 반복하고 있다.
렉시 톰슨(미국)과 리디아 고(뉴질랜드), 김효주를 좋아하는 샤넬은 프로 선수가 된 뒤 KLPGA와 LPGA 무대를 누비고 싶어한다. 특히 복수국적을 포기하더라도 한국 골프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한다.
스스로 골프를 즐기고 행복한 골퍼가 되고 싶다는 '골프 천재' 샤넬, '제2의 박인비'가 되는 그날까지 한국 골프계가 잘 성장시켜야 할 인재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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