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강원에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폭풍같은 영입전이 시작됐다. 200억원의 예산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기치로 걸고 질주중이다. 지난해 겨울 내내 고작 200여장 남짓 팔렸던 시즌권이 2주 동안에만 1600장이 나갔다. 2009년 창단 이래 유례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제2의 창단'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빛 뒤에는 그림자도 있다. 베테랑 선수들이 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은 '승격 공신'들이 대거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강원은 겨울 이적시장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수단 정리를 했다. ACL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챌린지(2부리그) 시절 주축 선수들이 클래식 무대에 함께 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고참 미드필더 오승범(36), 골키퍼 송유걸(32)은 클래식 승격 뒤 선수단에 몰아친 '한파'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이다. 오승범은 지난해 챌린지 36경기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격에 일조했다. 송유걸 역시 부상 전까지 15경기에 나서 12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이들이 올 시즌에도 비슷한 출전 횟수를 기록할 지는 미지수다. 두 선수 모두 새로 입단한 후배들과 경쟁을 펼쳐야 할 운명이다. 팀 승격을 이뤄낸 터줏대감 오승범과 송유걸에게 '경쟁'이라는 단어는 더 혹독하게 들릴 수도 있다.
오승범은 "프로에게 경쟁은 필연"이란 말로 기우를 잠재웠다. "우리 팀은 ACL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에 걸맞는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팀이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치열한 내부 경쟁을 펼치는 게 우리의 의무다." 이범영(26)과 주전 경쟁을 펼칠 송유걸 역시 "영원한 주전은 없다.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법"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챌린지 시절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의 이별은 아픔이다. 올 시즌의 동기부여이기도 하다. 오승범은 "사실 이렇게 큰 폭으로 선수단이 바뀔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 모두 함께 (클래식에) 간다면 좋겠지만 프로이기에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며 "챌린지에서 고생했던 동료들의 몫까지 짊어지고 클래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송유걸도 "챌린지에서 우리가 펼친 축구가 클래식에서도 통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강원의 올시즌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기량 만큼은 나무랄 데가 없으나 완전히 바뀐 팀 색깔이 과연 클래식에서 통할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결국 베테랑 선수들이 얼마만큼 응집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 부분에서 오승범과 송유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선수의 다짐을 들어보면 최 감독은 걱정을 접어도 될 듯 하다. "내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매 경기를 치르면서 힘이 생겼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최고참 답게 솔선수범 해서 올 시즌을 준비할 것이다(오승범)." "아직 '선배'라는 단어가 어색하다. 하지만 그런 타이틀이 붙는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내 역할을 하겠다(송유걸)."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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