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사카 스이타사커스타디움에 선 이종호(24·울산)의 표정은 복잡했다.
이날은 이종호가 전북 현대 소속으로 그라운드에 선 마지막 날이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이종호는 전북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주역 중 한 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나설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이종호가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 클럽월드컵 5위 결정전을 치르던 날. 전북은 이종호를 비롯해 김창수 최규백을 울산 이재성 이 용과 맞바꾸는 3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종호는 선다운스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리며 전북 생활을 유종의 미로 마감했다.
"이적은 숙명이다." 10일 경남 통영의 울산 전지훈련 캠프에서 만난 이종호의 표정은 담담했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전북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경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선 골까지 넣었다. 선수 인생 중 쉽게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훌륭한 감독님과 동료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때문에 전북에 서운한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에서 성장한 나를 그라운드에서 더 보여주고자 하는 욕망이 컸기에 울산행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우승공신'에서 '트레이드 카드'로 바뀐 운명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트레이드는 때론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곤 한다. 해외 리그를 보면 이적시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그에 따른 이야깃거리도 생긴다. 때문에 (이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김도훈 울산 감독의 존재도 이종호의 울산행에 크게 작용했다. 공격수 보강을 원했던 김 감독은 이종호를 강력히 원했다. 이종호는 "김도훈 감독님이 나를 필요로 하셨다는 말을 듣고 감사했다. 통영 전지훈련 합류 뒤 감독님과 면담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대가 크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부담보다는 기쁨이 앞섰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감독님은 현역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였다. 하지만 나와는 다른 스타일의 선수였다"며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감독님께 배우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귀찮아 할 정도로 물고 늘어질 생각"이라고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종호의 강점은 '멀티플레이' 능력이다. 최전방 뿐만 아니라 2선, 좌우 측면 모두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함을 갖췄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부름 속에 참가한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도 중국을 무너뜨리는 현란한 개인기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바 있다. 울산은 이종호를 앞세워 지난해 '골가뭄 악몽'을 떨쳐버린다는 복안이다. 이종호는 "울산은 전북, FC서울, 수원 삼성과 매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라며 "나 역시 울산에 우승하기 위해 왔다. K리그 클래식 뿐만 아니라 FA컵에서도 타이틀을 향해 전진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전북서 14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 해 였다. 울산은 골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나를 원했을 것이다. 올해는 20개 이상 기록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통영=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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