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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배경이 된 곳은 오래된 이발소였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루어진 촬영이라 이발소 사장님의 동의를 얻어 영업중에 아주 잠깐 시간을 내 찍었는데 워낙 역사가 깊은 곳이다 보니 가게 구석구석 생활감이 많이 묻어났다.(그래서 더 좋았지만)
무엇하나 부자연스러울 게 없었다. 우리가 일부러 준비해 간 소품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곳은 그 자체로 완전했다. 워낙 장소의 분위기가 키치하다보니 수지의 복고풍 의상과도 기가막히게 잘 어울렸다.
그래서 그냥 신나게 찍었다. 표정 포즈 뭐 하나 나무랄데 없이 프로다운 수지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셔터만 눌러대도 됐으니까.
그녀의 손짓 하나, 눈 깜박임 한번에도 통하는 게 있었다. 합이 잘 맞는 피사체와의 작업은 어찌나 즐거운지. 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작년 겨울, 비보를 들었다. 인자하고 정 많던 한진 이발소 사장님이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믿기지가 않았다.
그 후, 50년간 우사단 골목을 지키던 이발소는 문을 닫았다. 어쩌면 한진 이발소의 마지막 기록이 수지와 함께한 화보집으로 남아 더 특별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곳에서 찍은 수지의 사진은 내게 각별하다. 애정하는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으므로.
ly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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