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의 수익률에 경고등이 커졌다. 퇴직연금 시행 11년 적립금은 130조원대로 8000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지난 7년간 수익률은 3∼4%대에 머물고 있다.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형)을 기준으로 7년간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의 경우 3~4%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7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금융투자로 4.67%였다. 대신증권(4.52%), 옛 미래에셋증권(4.49%), 미래에셋대우(4.45%), 신한금융투자(4.39%), 유안타증권(4.35%) 등의 뒤를 이었다. 산업은행은 2.96%로 3%를 밑돌았다. 메트라이프(3.00%), 경남은행(3.18%), 기업은행(3.19%), 광주은행(3.27%), 신한생명(3.35%), 국민은행(3.39%), 농협은행(3.40%) 등도 3%대에 머물렀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2010년 3.0%, 2011년 4.0%, 2012년 2.2%, 2013년 1.3%, 2014년 1.3%, 2015년 0.7% 등이었음을 고려하면 퇴직연금의 최근 7년간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배경에는 퇴직연금 대부분이 정기예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 게 자리잡고 있다. 최근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률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투자처 다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은행들보다는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원리금비보장형은 교보생명의 7년 수익률이 11.89%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 8.73%, 미래에셋생명 8.44%, 미래에셋대우 8.15%, 옛 미래에셋증권 8.04%, 국민은행 8%로 조사됐다. 확정급여형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익률이다. 금융권 일각에서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퇴직연금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비중을 줄이고 투자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내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는 투자 형태는 '디폴트옵션'이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운용회사가 가입자 성향에 맞는 적당한 상품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다. 안전자산에만 돈을 묶어두기보다 주식이나 대체투자상품 등 위험자산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측은 디폴트옵션 같은 제도적 변화를 추진할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려면 그만큼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어 국내외 경제 흐름의 변화에 따라 역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퇴직연금의 본연의 취지인 '안전성'을 우선시하기 위해서다. .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퇴직연금의 특성상 자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소비자를 중심으로 투자 패턴 변화를 통해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성만을 고려해 저위험·저수익 투자 관행이 지속되다 보면 퇴직연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차원에서 고객의 수요를 따져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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