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다고 잘 될 것 같아?"
2010년 여름. 고교 3학년이던 김보름(24·강원도청)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진 반응은 냉담했다. 격려 대신 조롱이 쏟아졌다. 당황스러웠다. 김보름은 "주위에서 반대를 많이 했어요. 열 명이면 열 명 다 좋지 않게 보시더라고요"라며 "누군가 '그냥 쇼트트랙 타'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괜찮았을 거예요. 그런데 다들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하시더라고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왔다. 이를 악물었다. 김보름은 평범한 선수로 남고 싶지 않았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도 그저그런 선수로 남으면 저를 비난했던 사람들의 생각처럼 되는 거잖아요. 뭔가 오기, 목표가 생겼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도 첫 성과가 좋았다. 김보름은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환하게 웃었다. 성과가 나자 의욕이 샘솟았다. 김보름은 앞만 보고 달렸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내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김보름은 2015~2016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400m트랙을 16바퀴 돌아 경쟁하는 것)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꽃길이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차했다. 행복한 순간, 불행이 찾아온다는 사실. 잠시 잊고 있었다. 김보름은 2015년 불의의 부상을 했다. 한동안 재활에만 매진해야 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 앉을 김보름이 아니었다. 완벽 부활을 위해 다시 일어섰다.
그로부터 1년 뒤, 김보름은 올 시즌 열린 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며 보란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메달을 거머쥔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환호했다.
활약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2016년 말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43회 스프린트 및 제71회 종합 선수권대회 겸 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 스피드스케이팅에 나서 금메달 3개를 휩쓸었다. '김보름 전성시대'의 개막이었다.
시련의 아픔을 아는 자에게 자만은 없다. 김보름은 다음달 9일부터 12일까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지는 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주일 뒤 일본 삿포로에서 열리는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강훈련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그는 "요즘 훈련량이 엄청 많아서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중요한 대회가 한 달도 남지 않았잖아요"라며 씩씩하게 말했다. 물론 그의 최종 목표는 단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김보름은 "평창까지 1년여 남았어요. 한 걸음씩 차근차근 밟아서 평창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어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짧은 인터뷰를 마친 김보름은 "저요,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그저그런 선수였지만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국가대표도 하고 좋은 위치까지 왔잖아요. 그런 부분을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를 외치며 숨가쁘게 달려온 김보름. 그의 반전 드라마는 지금부터가 클라이막스의 시작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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