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예상치 못한 반전의 기록 '역주행'이 올해도 계속 된다. 지난해 한동근과 스탠딩에그, 볼빨간사춘기 등은 특별한 홍보 활동 없이 입소문만으로 차트를 역주행해 정상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돌 팬덤 규모가 좌우하던 차트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뚜렷한 프로모션 한 번 없이도, 소리없이 강한 이들의 음악이 하나 둘씩 입소문을 타더니 급기야 메이저 가요계 중심까지 침투하고 있다. 올해 '역주행 신화'의 주인공은 누굴까.
현재 음원차트를 살펴보면 1위보다 더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대중에겐 이름 자체가 낯설 신현희와 김루트(신루트)와 래퍼 창모가 그 주인공이다. 인디씬에 뿌리를 둔 두 팀은 각각 어쿠스틱 음악과 힙합뮤직을 대표하며 재조명받고 있다.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는 설 연휴 전날,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2015년 발표했던 2년 묵은 노래 한 곡이 차트 정상을 밟았다. 명랑 어쿠스틱 음악을 표방하는 곡 '오빠야'는 엠넷 차트 1위에 올랐고, 멜론 실시간 차트 20위권까지 치고 올라섰다. 이미 인디씬과 평단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이들이 결국 수면 위로 오른 셈이다. 데뷔 4년차에 접어드는 이들이 올해 첫 역주행송의 주인공이 된 사연도 흥미롭다. 대부분의 역주행 송이 음악, TV예능 프로그램에 힘입어 순위가 상승하는 반면, '오빠야'는 인터넷 방송BJ가 즐겨 부르다 입소문을 세게 탔다.
신인 뮤지션의 힙합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멜론차트 100위권에 올린 래퍼 창모는 현 힙합씬의 가장 핫한 루키다. 현재 일리네어 레코즈 멤버로 활동 중인 도끼, 더콰이엇이 새롭게 론칭한 레이블 앰비션뮤직의 새 식구로 영입된 창모는 래퍼이자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뮤지션. 지난해 7월 발매된 앨범 '돈 벌 시간2'의 타이틀곡 '마에스트로'는 웅장한 분위기에 귀에 박히는 노랫말과 변화무쌍한 스트링 편곡이 인상적인 힙합곡이다. 공연 관객 전체가 이 노래 전체를 떼창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해도 순위권에 진입하기 힘든 음원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두 팀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차트 역주행이란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면서 성과를 내는 것인 만큼, 장르의 고른 균형이란 차원에서 의미있는 기록이다. 어쿠스틱 음악과 힙합으로 대변되는 인디씬의 두 곡이 나란히 차트에 등장한 것은 마이너 취급 받던 장르가 활성화될 수 있는 좋은 계기인 셈이다.
지난해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볼빨간사춘기는 역주행을 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앳된 외모에 풋풋한 음악, 무엇보다 특이한 음색에 담백한 노랫말은 솔직하다 못해 기발했다. 지난 늦여름 발표한 '우주를 줄게'는 음원차트를 휩쓸며 '역주행 신화'를 새로 썼고 신곡 '좋다고 말해'로 다시 정상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전작 '우주를 줄게'가 차트 역주행의 기록을 새로 썼다면, '좋다고 말해'는 당당히 발매와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여전히 볼빨간사춘기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곡. 숨겨진 음악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인데다 볼빨간사춘기가 음원강자의 계보를 잇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신인이 음악으로만 평가받은 좋은 사례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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