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도트 그래픽, 평면적인 탑뷰, 캐릭터를 일일이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 조작. 한때는 게임 시장의 주를 이뤘던 요소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받던 요소들이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이러한 요소들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2D 도트 그래픽은 엄청난 공을 들여야 함에도 '기술력이 없다'는 악평을 감수해야만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특유의 감성과 박력을 드러내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동조작 역시 자동전투를 기반으로 화면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것에 질린 이들과 정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해지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결과를 만들어내는 재미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존재감을 뽐낸다.
넥슨이 지난 2월 2일 출시한 이블팩토리는 이러한 요소들이 접목된 모바일게임이다. 3D 그래픽과 자동전투가 시장의 대세가 된 것을 생각하면 현 모바일게임 시장의 '안티테제' 같은 게임이다.
게임은 정확히 하나의 즐길거리만을 갖추고 있다. 보스와 1:1로 싸움을 벌여 상대의 체력을 모두 소진시키는 것이 게임의 모든 것이다. 이를 위해 유저들은 상대의 공격을 맞지 않도록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
보스의 콘셉트가 확실하고, 그만큼 공격 패턴이 다양해 이를 학습하는 재미가 있다. 마냥 피하기만 해도 어찌됐건 내 공격이 적에게 닿는 것이 아니라,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적의 공격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달려가야 하는 방식의 게임 진행은 기존 슈팅게임과는 사뭇 다른 재미를 준다.
도트 그래픽도 인상적이다. 그저 픽셀 형태의 그래픽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을 선보여 보는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던전앤파이터로 2D 도트 그래픽을 만드는 노하우를 축적한 네오플의 솜씨는 이블팩토리에 가감없이 더해졌다.
부분유료화 게임이지만 가챠가 아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횟수를 구매하는 과금모델이 적용됐다. 그마저도 2,300원에 무제한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넥슨 측에서는 부분유료화 게임이라 하지만, 사실상 2,300원짜리 패키지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과금모델이 획일화 되어가고, 확률형 아이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일상이 된 국내 게임시장에서 이블팩토리의 등장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의 느낌을 주겠다는 네오플의 포부는 이블팩토리를 통해 충분히 구현됐다. 이러한 행보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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