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0일만이었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이 모처럼 날았다. 구자철은 5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WWK아레나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2016~2017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9라운드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말그대로 원맨쇼였다. 구자철은 1-2로 밀리던 후반 34분 폴 베어하그가 올려준 볼을 왼발로 밀어넣으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10월 바이에른 뮌헨과의 9라운드에서 첫 골을 기록한데 이어 정확히 100일만에 리그에서 본 골맛. 기세가 오른 구자철은 후반 추가시간 절묘한 패스로 라울 보바디아의 역전골을 도왔다. 1골-1도움을 올린 구자철은 팀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경기 후 영국 통계 전문사이트 후스코어닷컴은 구자철에게 양 팀 통틀어 최고인 평점 8.7점을 줬다.
전반기 구자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반기 13경기에서 1골-1도움에 그쳤다. 물론 경질된 더크 슈스터 전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도 한 몫했지만 '아우크스부르크의 에이스'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다치며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기도 했다. 그 사이 팀 성적도 추락했다. 구자철 입단 이후 중상위권팀으로 변신했던 아우크스부르크는 '에이스' 부재 속에 강등권까지 내려 앉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슈스터 감독 대신 19세 이하팀 감독이었던 마누엘 바움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공격을 중시하는 바움 감독이 등장은 구자철에게 약이 됐다. 구자철은 더 폭넓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날도 왼쪽에 포진했지만 중앙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는 모습은 과거 좋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구자철이 살아나며 아우크스부르크는 최근 2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순위도 10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날 또 한번의 부상 악령이 찾아왔다. 구자철은 후반 24분 발목에 통증을 호소하며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경기에 재투입된 구자철은 투혼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경기 후 승리의 기쁨을 나누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오늘 귀중한 동점골을 넣은 구자철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동료 선수의 등에 업혀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처럼 찾아온 반전의 계기가 부상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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