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드라마와 상관없이 송승헌은 빛났다.
SBS 수목극 '사임당, 빛의 일기'를 두고 말이 많다. 이영애와 송승헌을 캐스팅한 대작이 시청률 면에서나 작품성 면에서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불협화음과 관계없이 송승헌은 제몫을 온전히 해내며 원조 한류 천왕의 면모를 엿보이게 했다.
송승헌은 극중 이겸 역을 맡았다. 이겸은 어린 시절 현원장 담장을 넘어 들어온 당돌한 소녀 사임당(이영애)과의 운명적 만남을 시작으로 평생 사임당만을 마음에 품고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바치는 조선판 개츠비다. 그림 글씨 거문고 등 예재가 뛰어난 인물로 냉혹한 군주 중종(김지석)의 유일한 벗이기도 하다. 이 조선시대 최고의 사랑꾼 캐릭터는 송승헌을 만나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16일 방송에서는 사임당의 키다리 아저씨로 나선 이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겸은 교수관에서 사임당 아들 현룡(정준원)이 뛰어난 실력에도 어려운 형편과 자모회의 반대 때문에 중부학당에 입학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 휘음당(오윤아)의 선동 하에 자모회가 "현룡은 기준 미달"이라고 항의했던 것 이에 이겸은 경연을 제안하는 한편 "형편에 어려워 중부학당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을 내가 후원하겠다. 절대 비밀"이라고 나섰다. 비록 어린 시절 휘음당의 질투로 사랑을 이루진 못했지만, 여전히 그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그림자의 길을 택한 것.
이러한 이겸의 모습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이겸은 사임당과의 사랑에 실패한 뒤 파락호 같은 삶을 살았다. 하지만 사임당의 일갈에 정신을 차리고 복귀, 어려움에 처한 첫사랑의 뒷바라지까지 마다하지 않는 묵직한 사랑법을 보여줬다. 이러한 순애보에 흔들리지 않을 여심이 있을까.
특히 송승헌의 연기는 더욱 눈여겨볼만하다. 송승헌의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2000년 방송된 KBS2 '가을동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극중 준서 역을 맡았던 그는 사랑하는 여자 은서(송혜교)가 불치병에 걸리자 함께 생을 마감하려다 은서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그의 곁을 지키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추억의 바닷가를 거닐던 중 등에 업은 은서가 숨을 거두자 오열하는 준서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무려 17년 전 드라마이지만 송승헌은 '가을동화' 때와 똑같은 방부제 외모와 순애보 감성을 보여준다. 여성팬들에게는 20여 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돌린 듯한 느낌마저 준다. 여기에 '가을동화'때보다 훨씬 짙고 깊어진 감정 연기는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냈다.
첫 사극 도전이지만 무리없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송승헌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시청자들은 '의외로 송승헌이 사극도 잘 어울린다', '내가 봐도 이겸은 멋지다'라는 등의 호평을 보내고 있다.
'사임당, 빛의 일기'가 송승헌에게 또 하나의 대표작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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