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입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인 18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 배팅훈련을 하는데, 최형우(KIA 타이거즈)가 친 타구가 우익선상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선수들이 다급히 "볼"을 외쳤다. 그 방향으로 선동열 투수코치가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 공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타구는 선 코치를 비켜갔다. 이 장면을 지켜본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최형우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친다. 선 코치를 맞힐 뻔한 사람이 최형우라고 고자질을 한 것. 이에 선 코치가 웃으며 손을 들고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이에 공을 친 최형우도 실소를 금치 못한다.
대표팀 훈련장 풍경이 달라졌다. 많이 시끌벅적 해졌다. 17일 이대호가 합류하고 부터다. 17일 점심시간 무렵 훈련에 참가한 이대호는 쉴 새 없이 훈련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나이스 플레이를 한 동료에게 파이팅도 외치고, 때로는 독설도 내뱉는다.
이대호는 첫 라이브 배팅을 위해 송진우 투수코치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지자 먼저 "수고 많으십니다. 코치님"이라고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수비 훈련에서 김재호(두산 베어스) 김하성 서건창(넥센 히어로즈) 등 내야수들의 송구를 1루에서 받고는 연신 "나이스 볼"을 외친다. 배팅케이지 뒤에서도 후배 타자들이 좋은 타구를 날릴 때마다 격려의 메시지가 날아든다.
물론 독설도 날아든다. 후배들 뿐 아니다. 코치들도 피해갈 수 없다. 이대호는 김광수 3루베이스 코치가 내야 펑고를 너무 어렵게 치자 "좀 잡을 수 있게 쳐주십쇼 코치님"이라고 외쳤다. 최대 타깃은 최형우다. 최형우가 외야 땅볼 타구를 흘리자 "국가대표 망신"이라고 놀린다. 최형우의 일거수 일투족은 이대호의 음성으로 생중계 된다. 포수 김태군(NC 다이노스)이 파이팅을 내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자 "도대체 뭐라고 하노"라고 받아쳐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런 이대호를 잡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이순철 타격코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훈련장에 도착한 이대호에게 "곧바로 훈련해"라고 지시해 이대호의 입이 나오게 했다. 또, 이대호가 합류한 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자 "너만 혼자 오지 왜 비까지 달고왔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18일 타격 훈련에서는 이대호가 땅볼을 치자 "1번타자가 왔네. 1번 쳐야겠다"라고 소리쳐 이대호를 당황시켰다. 물론, 이대호도 당하기만 하지 않는다. 이 코치가 농담으로 "국가대표 코치의 품격을 존중해달라"라고 하자 "그러면 국가대표 선수도 존중해주십쇼. 코치님"이라고 받아쳐 이 코치를 웃게 만들었다.
이 코치는 "선수마다 스타일이 다 있는데, 이대호는 이렇게 격없이 주고받는 말들로 훈련장 분위기를 좋게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며 그와의 실랑이(?)가 싫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훈련 초반에는 서로 어색하기도 하고,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선수가 없어 조금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하여튼, 이대호 합류 후 확실히 더 파이팅 넘치는 훈련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오키나와=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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