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이가 찾아왔을 때 '버선발로 달려나오듯' 선동열 WBC 대표팀 코치가 오랜 스승을 반겼다. 선동열 코치를 한걸음에 달려오게 한 이는 호시노 센이치 전 주니치 드레곤즈 감독. 현재는 라쿠텐 구단 부회장이다.
호시노와 선동열의 인연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1996년 가장 먼저 주니치로 진출한 선동열은 이후 이종범, 이상훈과 함께 주니치의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1988년 감독 2년 차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호시노 감독은 선동열·이종범·이상훈의 활약 덕분에 두 번째 센트럴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를 지킨 선동열은 정상에서 명예롭게 은퇴를 선언했다.
불같은 성격의 호시노 감독 아래서 선동열은 혹독한 첫 해를 보냈다. 직접 혼나기도 여러 번이었고 2군에 내려가있는 시간도 많았다. 38경기에 등판해 5승 1패 3세이브, 방어율 5.50으로 부진했다. 투수 인생 첫 실패를 경험한 선동열은 다음 해부터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7년에 1승 1패 38세이브, 방어율 1.28을 기록하며 세이브 1위에 올랐다.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1999년까지 일본 통산 98세이브를 따내며 일본 프로야구 외국인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웠다.
과거 인터뷰에서 선동열은 호시노 감독에 대해 "무서운 분이다. 말을 듣지 않거나 훈련을 게을리 해 눈밖에 나면 다시는 쳐다보지 않는다. 하지만 성실히 훈련하면 누구보다 선수를 잘 챙겨준다"면서 "남자답고 통도 커서 자기 주머니를 털어 선수들에게 용돈도 많이 준다. 호시노 감독 밑에서는 야구만 잘 하면 최고다"라고 전했다. 또한 선동열은 첫 해 부진을 이겨내고 일본에서 결국 성공한 것도 투수 출신인 호시노 감독이 믿고 기다려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WBC 대표팀과 요미우리의 연습경기가 열린 19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 셀룰라스타디움. 호시노가 한국팀 덕아웃 쪽으로 걸어왔다. 많은 취재진과 관계자, 선수들 사이에서 호시노는 덕아웃을 한 참 동안 살폈다. 그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가 아꼈던 제자 선동열이다.
덕아웃에 선동열이 없는 것을 확인한 호시노의 시선은 외야로 향했다. 김태균 등 선수들이 바삐 글러브를 들고 나오는 가운데 호시노는 외야에서 훈련 중인 한국팀의 파란 유니폼 사이에서 선동열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 사이를 벗어나 외야로 몇 걸음 옮겨 모습을 드러낸 호시노 부회장을 이번엔 선동열 코치가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호시노 부회장이 70미터는 떨어진 선 코치를 향해 빨리 오라고 소리쳤다. '버선발로 달려나오듯이' 선 코치가 한 걸음에 달려왔다. 손을 내밀고 기다리는 호시노의 굳은 얼굴이 환한 미소로 가득찼다. 선수 때도 보기 힘들었던 선 코치의 질주에 취재진이 웃음바다가 됐다. 선 코치는 "아직도 호시노 감독이 무섭나"라는 물음에 "빨리 오라고 하셨으니 무조건 뛰어야 한다"며 웃었다.
호시노 감독은 현재 감독직에서 은퇴해 라쿠텐 구단 부회장으로 있다. 오키나와 라쿠텐 전지훈련을 지켜보고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가던 중 애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두 사람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았다. 20년이 지난 스승과 제자는 WBC 대표팀이 2라운드에 진출하면 도쿄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키나와=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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