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 태풍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3위로 7년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무대를 밟은 제주. 착실히 겨울 보강을 했다. 다수의 주축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승격을 이룬 강원이 스타급 선수 줄영입으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내실을 다진 쪽은 제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제주는 당초 ACL 조별리그 E조에 편성됐다. 지난달 7일 키치-하노이전 승자와 조별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
ACL 일정으로 다른 클래식 구단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하게 된 제주. 그러나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전북의 ACL 진출 자격이 박탈되면서 제주가 전북이 속해있던 H조로 옮겨졌다.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상대 전력 분석을 0에서 시작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지난달 22일. 제주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최용수 감독의 장쑤 쑤닝(중국)과 조별리그 H조 1차전을 벌였다. 자신이 있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0대1 분패. 슈팅 19개를 기록했지만 스코어엔 변화가 없었다. 마무리 부족에 울었다.
실망스러웠던 1차전을 뒤로 한 채 제주가 다시 일어났다. 무대는 1일 일본 오사카 스이타 사커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
긴장감이 흘렀다. 감바는 1차전서 애들레이드(호주)를 3대0으로 완파하며 강한 인상을 심었다.
그러나 제주발 태풍이 감바를 몰아쳤다. 3-5-2 시스템으로 나선 제주는 전반 초반부터 감바를 강하게 압박했다.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는 감바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반 막판 제주가 첫 골 신고를 했다. 전반 44분 정 운이 때린 왼발 프리킥이 엔도의 머리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어 전반 추가시간엔 이창민이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이창민은 지난 2010년 박지성(은퇴)이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선 보였던 '산책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제주의 공세는 후반에도 계속 됐다. 후반 5분 외국인선수 마르셀로가 페널티박스 중앙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감바 골망을 흔들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제주발 태풍, 감바를 집어삼켰다. 후반 27분 두 번째 골의 주인공 이창민이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골키퍼가 나온 것을 확인한 뒤 절묘하게 오른발로 감아찼다. 이창민의 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감바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4-0.
제주는 후반 막판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으나 적지에서 4대1 완승을 거뒀다. 장쑤전에서 대두됐던 마무리 문제를 말끔히 해소,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감바를 잠재웠다. 제주의 향후 ACL, K리그 클래식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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