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빅6'에게 패했다.
아스널은 5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서 1대3으로 패했다. '빅6'만 만나면 펄펄나는 리버풀과 달리 아스널은 또 한번 고개를 숙였다. 냉정히 말해 아스널이 강팀에게 진 것은 이제 더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소식이다. 매시즌 4위로 마치는 모습을 빗댄 '4스날',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과학' 모두 아스널 스스로 자초한 굴욕이다.
하지만 이날 리버풀전 패배는 달랐다. 1대5로 완전히 무너졌던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도 이렇지는 않았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과 동의어 같던 아스널에서 장악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5영국 데일리미러 앤디 던의 칼럼 제목처럼 '여느 빅경기 실패와는 다른 패배'였다. 정말로 우리는 20년간 진행되어 온 벵거 시대의 종말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이날 두가지 변화를 택했다.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와 메주트 외질을 과감히 제외했다. 산체스는 올 시즌 17골로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스널 공격의 핵이다. 벵거 감독은 "조금 더 직선적인 축구를 위해 산체스를 제외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산체스는 벵거 감독의 골칫거리다. 재계약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돌발행동으로 팀 분위기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팬들은 산체스의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아스널의 가장 큰 존재였던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그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스널은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올리비에 지루는 영향력이 없었고, 수비진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리버풀의 압박도 좋았지만 조직력 자체를 잃어버렸다. 결국 벵거 감독은 산체스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산체스는 곧바로 존재감을 보였다. 그제서야 조금 아스널 스러워졌다. 묻혀있던 대니 웰벡은 산체스의 멋진 패스로 살아났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웃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경기를 바라볼 뿐이었다. 경기는 결국 아스널의 완패로 끝이 났다. 하지만 산체스의 패배가 아니라 벵거 감독의 패배였다. 플랜B는 통하지 않았고, 산체스 제외만 부각되고 있다. 벵거 감독은 경기 후 "산체스를 선발에 올리지 않은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 패배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팬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선수에만 집중을 하지만 나에겐 다 같은 한 명의 선수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영국 언론은 이해 보다는 의문의 반응이다.
변화에 인색한 벵거 감독의 선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벵거 감독은 언제나 그렇게 위기를 넘겼다. 벵거 감독의 아웃을 원하는 팬들의 분위기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벵거 감독을 지지하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분명 다르다. 고집스럽게 자신의 철학을 지키던 벵거 감독은 인내심을 잃고 있다. 무엇보다 외부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던 가장 큰 무기인 팀내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벵거 감독은 과연 아스널을 계속해서 이끌 수 있을까. 확실한 것은 그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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