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주전으로 뛰는 모습을 보고 가족 모두 눈물을 흘렸다네요."
프로 데뷔 10년 만에 전북 주전 골키퍼로 도약한 홍정남(29). 가족 얘기가 나오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홍정남은 "지난 5일 K리그 개막전에 부모님을 포함해 아내와 장인어른, 장모님까지 모두 오셨다. 아들이자 사위이자 남편이 뛰는 경기를 본 가족들이 모두 울었다고 하더라"는 말끝에 목이 멨다.
홍정남이 기나긴 '만년 2인자'의 여행을 끝내는 순간, 전주종합운동장 한 켠은 눈물바다가 됐다. 2007년 전북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늘 권순태의 그림자에 갇혀 지냈다. "순태 형을 본받아 잘 해야겠다"던 마음도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자 고민으로 변했다. 홍정남은 "군 입대 전까지는 이적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4년 상주에서 경기를 뛰면서 자신감이 향상되자 이적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고 감춰왔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시 혼란스런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은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들과 아내가 '조금만 더 버텨보자. 이제까지 잘 버텨왔고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며 나를 격려했다"고 전했다.
오랜 기다림의 끝은 '환희'였다. 2016년 12월, 가족들의 말처럼 기회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홍정남은 정강이 피로골절 수술을 택한 권순태를 대신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주전 수문장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권순태가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둥지를 옮겼다. 홍정남은 "개인적으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었다. 들뜨지 않고 해오던대로 훈련을 했는데 K리그 개막 일주일 전부터 자세한 주문이 내려와서 그 때 감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둔 홍정남에게 가장 필요했던건 '자신감'이었다. 그 때부터 거울 앞에 서서 매일같이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자신만의 세뇌법이었다. 홍정남은 "남자 펜싱의 박상영 선수가 2016년 리우올림픽 에페 결승에서 외쳤던 '할 수 있다'를 수없이 마음 속으로 반복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자신감이 생기고 몸도 저절로 반응하더라"며 웃었다.
홍정남에게는 족집게 과외 선생님도 있다.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최은성 전북 골키퍼 코치다. 홍정남은 "지금도 최 코치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 최 코치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족집게 선생님의 말처럼 와 닿는다"고 했다.
굴곡 끝에 성사된 홍정남의 생애 첫 K리그 개막전 출전은 환한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홍정남은 수차례 슈퍼 세이브로 팀의 시즌 첫 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70점밖에 줄 수 없다. 실점 장면이 아쉽다. 내가 수비수들과 소통이 부족했다. 내 실수로 인해 실점이 발생했다. 경기 운영과 킥도 살짝 아쉬웠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해본 것 같다"며 웃은 홍정남, 눈물 섞인 그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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