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이렇게 되니 더욱 생각나는 한 사람. 바로 정근우(한화 이글스)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다. 마지막 휴일이자 훈련일이다. 대표팀은 9일 대만전을 끝으로 WBC 대회를 마친다. WBC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안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김인식 감독은 정근우 이야기를 꺼냈다. 김 감독은 "정근우가 정상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서건창(넥센 히어로즈)도 잘했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정근우와 이용규가 '테이블 세터'를 해주고, 중심에서 쳐서 득점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잘 안됐다"면서 "사실 정근우만 한 2루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이번 WBC 28인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었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끝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무릎 통증을 느꼈고, 결국 11월에 왼쪽 무릎 반월연골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정이 되자마자 대표팀 합류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으나, 선수 본인의 의지가 강했다. 해외 개인 훈련에서도 본격적인 WBC 대비에 들어갔다. 1982년생 동갑내기인 김태균(한화)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겠다는 의욕도 여러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훈련 도중 다시 무릎 통증이 생기면서 대표팀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고, 오재원(두산 베어스)이 대체 발탁 됐다. 정근우가 없는 대표팀의 2루는 서건창의 몫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서건창은 대표팀의 2루를 꿰찼다.
김인식 감독이 굳이 정근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서건창이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정근우가 대표팀에서 경기 내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역할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커서다. 정근우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 WBC 등 대표팀의 '단골'이다. 안정적인 수비 실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상대 투수를 만나도 흔들 수 있는 공격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리더십이 크다. 선수단 분위기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고있다.
특히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주위의 평가 속에 움츠린채 대회 개막을 맞았다. 팀 분위기 자체도 최근 열린 다른 국제대회보다 차분했다. 김인식 감독이 정근우 부재를 새삼 아쉬워한 가장 큰 이유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통증 재발 없이 정상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면, 결과는 또 달랐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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