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과 함께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팀을 전담하는 감독을 두고 각종 국제대회를 준비하자는 취지다. 이전부터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이번 WBC를 계기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번 대회 결과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김인식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은 서울라운드 1~2차전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에 연패를 당한데 이어, 대만과 3차전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끝에 어렵게 이겼다. 주축 역할을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선수가 빠지고, 부상 선수가 속출해 베스트 전력을 구성하지 못한 가운데, 안이한 준비 과정과 선수들의 사명감 부족을 질타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을 때 감수해야할 비판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단 젊은 지도자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겨야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그렇다면, 대표팀 감독은 정말 필요한 걸까. 전임감독제를 도입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또 임기를 언제까지 해야할까.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전임감독제 논의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전임감독을 선임한다고 해도 장단점이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 무조건 일본이 시행한다고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표팀 일정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11월 24세 이하 선수가 참가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 열리고, 2018년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제5회 WBC가 이어진다. 매년 대표팀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이 벌어진다. 전임감독 체제라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력 구상을 하면서 준비할 수 있다. 현재 방식대로라면 매년 다른 지도자가 대표팀을 맡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회마다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KBO리그 선수가 대표팀의 주축이 돼 KBO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프리미어 12' 주체는 엄연히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다. 전임감독제를 논의하더라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의견조율, 협의가 필요하다. KBO가 일방적으로 정할 일이 아니다.
또 전임감독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매년 대회가 열리지만, 24세 이하 대회, 프리미어 12, WBC는 시즌 종료 후 열린다. 야구 특성상 리그를 중단하고 대표팀 소집해 준비할 수도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정한 A매치 데이 기간에 리그를 중단하고 A대표팀에 집중하는 축구와 차이가 크다. KBO리그 시즌 중엔 전임감독이 대표 후보가 될만한 각 팀의 주요 선수를 체크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엔트리가 가변적인 상황에서 미리 상대팀 전력을 분석하기도 어렵다.
현재 프로리그가 있는 국가 중 일본이 유일하게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고 있다. 3연속 우승을 노리던 일본은 2013년 WBC에서 4강에 그치자 2017년 대회를 준비한다며, 전임감독제를 가동했다. 선수 은퇴 후 방송 해설을 하던 고쿠보 히로키를 사령탑에 낙점했다. 선수 시절 강력한 카리스마, 주장으로서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준 40대 고쿠보지만, 코치 경력이 없는데 지휘봉을 맡겼다. 대표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이와 함께 스타 출신에게 '사무라이 재팬'을 맡겨 대표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야구 저변이 넓어 대표팀 차원에서 사업이 되는 일본이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고쿠보 체제에서 일본대표팀은 메이저리그 올스타팀, 대만 등과 활발하게 교류전을 했다. 지난해 시즌 종류 후에는 네덜란드, 멕시코를 초청해 친선전을 했다. 부럽지만 우리 현실과 차이가 크다.
앞으로 논의가 되겠지만, 오는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사령탑 선임은 전임감독제와 별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회는 세대교체, 유망주를 발굴을 명목으로 24세 이하, 프로 입단 3년차 이하 선수가 출전한다. 와일드 카드 3장을 활용할 수 있는지만, 기본적으로 퓨처스리그(2군) 선수가 주축이 돼야 한다. A대표팀과 차이가 있다.
양해영 총장은 "전임감독제를 도입한다면 2018년 아시안게임부터 2020년 올림픽까지 맡겨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일재 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도력을 검증받은 젊은 지도자로서, 일정 기간 프로행을 포기해야 전임감독이 가능하다. 이에 따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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