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시즌 초반 행보가 힘겹다.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힘빠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지난 11일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서 0대3으로 완패한 데 이어 14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E조 3차전 무앙통(태국)과의 경기서 0대0으로 비겼다.
경기내용은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태국 리그에서 무패행진으로 선두를 달리는 상대의 버티기 능력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제주전 완패의 아픔을 무앙통전 승리로 만회하려던 계획도 엇나갔다. 겉으로 볼 때 우울할 만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긍정마인드로 똘똘 뭉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신뢰·화합 모드인 것이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14일 무앙통전 이후 열린 감독의 공식 인터뷰에서 공개하지 못했던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경기 직후 그가 목격한 라커룸 풍경이었다. 선수들은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코치들은 이길 경기를 놓친 분한 마음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따끔한 얘기가 나올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도훈 감독은 "축구라는 게 그런거야. 너무 상심하지마. 경기내용은 잘 했잖아. 오늘 경기에서 느낀 점을 발판으로 다음 경기에 잘 해보자"는 말만 간단히 하고 미팅을 끝냈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듣고 살짝 감동하는 눈치였다"면서 "이번 무앙통전의 경우 사실 감독 입장에서 속으로 끓어오르지 않았겠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지고 간다는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에 대한 프런트의 신뢰도 확고하다. 시즌 중이라도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제 아무리 명장이라 한들 프런트 입장에선 불만스럽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울산 프런트는 이구동성으로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선수단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감독을 형님처럼 지지한다고 한다. 실제 김 감독은 과거 인천 시절 급여 체불 사태를 맞았을 때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 사기저하를 막았던 일화가 있다.
특히 구단이 흡족해 하는 점은 가족과 떨어져 울산서 숙소 생활을 하는 김 감독이 여유 시간에도 온종일 축구만 연구하며 지내고 있는 사실이다. 구단 관계자는 "팀을 새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지만 그런 열정과 리더십이면 나중에 성공할 것이란 믿음이 든다"고 했다. 또한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액땜 일찍 했다고 생각하자", "감독이 잡고 싶어했던 공격수를 영입해주지 못한 게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김 감독도 "체계가 잘 갖춰지고 프런트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울산같은 팀에서 일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앙통전에 대해서도 "골이란 결과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지배하고 찬스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무시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의미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먼저 언급했다.
긍정마인드로 뭉친 울산 집안의 '가화만사성'. 올 시즌 새로 장착한 숨은 무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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