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성과 엄기준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SBS 월화극 '피고인'이 21일 종영한다. '피고인'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줄곧 월화극 1위 자리를 지켰다. 1월 23일 14.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고 2월 13일 방송된 7회 부터는 시청률 20%대를 돌파,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악행을 일삼던 차민호(엄기준)이 체포되는 모습이 그려진 20일 방송분은 무려 27%의 시청률을 기록, 올해 방송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작품 방영 이후 줄곧 지지부진한 도돌이표 전개로 '고구마 드라마'라는 오명을 썼던 '피고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훌륭한 성적표를 받은데는 주연 배우인 지성과 엄기준의 공이 컸다. 아니, 지성과 엄기준이 멱살잡고 '피고인'을 끌고 갔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성은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수감된 검사 박정우 역을 맡아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가족을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정신이 붕괴되어 가는 모습부터 딸이 생존했다는 것을 알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눈물겨운 부성애, 차민호의 거듭된 악행에 분개하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모습까지 디테일한 감정 연기로 화면을 장악했다. 치열한 감성 연기에 날이 갈수록 야위어 가는 지성을 보며 시청자들이 배우의 건강을 걱정하는 묘한 그림이 탄생하기도. 괜히 '믿고 보는 배우' 타이틀이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한 셈이다.
이러한 박정우와 대치점에 선 차민호 역을 맡은 엄기준의 연기도 훌륭했다. 그는 악의 화신에 빙의, 자신의 악행을 숨기고자 형을 죽이고 아버지를 협박하고 박정우와 그 조력자들을 해치며 악행을 이어갔다.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울분을 터트리다가도 이내 비열한 웃음을 띠며 다음 악행을 준비하는 차민호의 모습에 시청자는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도 끝내 과거의 연인 나연희(엄현경)과 아들 차은수를 저버리지 못하는 모습으로 일종의 연민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전개와 관계없이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 대결 만으로도 '피고인'은 충분히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거듭났다. 두 배우의 날선 감정 연기가 부딪히며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극에 설득력을 더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피고인'이 이러한 성적을 낼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피고인' 후속으로는 이보영 이상윤 주연의 '귓속말'이 27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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