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이나 선수 기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들어가든 운동장에서 다 쏟아내지 못하면 대표선수로서 큰 문제다. 선수와 모든 코치진이 변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 '창사 쇼크'의 희생양이 된 '캡틴'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자성의 목소리였다.
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도 기성용의 발언과 맥을 같이 했다. 구자철은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 선수들과 대표팀 모두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중국전 패배의 충격 여파가 태극전사들에게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심하거나 중국을 얕잡아 본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축구가 중국보다 한 수 위에 있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품었을 것이다. 그 조각같은 안도의 대가는 가히 혹독했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전을 대비해 이전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세밀한 전술을 많이 만들었다.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합류한 뒤 다양한 공격 패턴과 물 샐 틈 없는 수비 조직력을 갖추는데 힘을 쏟았다. 코칭스태프는 매일 1시간 30분씩 회의를 했을 정도다. 특히 차 분석관은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할 때 자신이 만든 동영상을 선수들에게 전달, 부분 전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들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기성용은 패배의 분이 풀리지 않아 눈물까지 흘렸다는 후문이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선수들이다.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그림을 그릴 뿐이다. 28일 시리아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까지 한국 축구의 문제는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내야 한다.
난세에는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대상은 스무살이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 막내에서 어느 덧 고참급이 된 기성용 김보경(28·전북),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구자철 김신욱(29·전북) 등이다. 1988년생부터 1989년생이 주축이다. 이들은 중국전 참패로 바닥까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려줘야 한다.
A대표팀 분위기는 남아공월드컵 이후 많이 바뀌었다. 한국 축구의 특성상 고참들이 분위기를 이끄는 위계질서가 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같은 일사불란한 모습이 희미해진 모습이다. 물론 무질서까지는 아니다. 다만 좀처럼 원팀으로 뭉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분이 그라운드에서 탄탄한 조직력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리적인 부분이 큰 문제라면 베테랑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이유 때문에 부상 중인 곽태휘(36·서울)를 최종명단에 포함시켰다. 부상 회복이 불가능할 경우 숙소나 벤치에서 리더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발탁했다. 그러나 곽태휘의 발탁은 지난 19일 소집 당일 철회됐다. 중국전 승리로 분위기가 좋았다면 곽태휘의 빈 자리가 커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곽태휘가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 구자철 김보경 김신욱이 해야 할 역할 범위가 더 넓어졌다.
선후배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밖에는 답이 없다. 선수들끼리 움직임 특성과 성격 등을 파악해야 조직력이 향상될 수 있다.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돼야 한다. 한국 축구는 위기다. 이제는 베테랑이 나설 차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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