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41)은 선수 탓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지난 25일 대한항공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캡틴' 문성민(31)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작심발언이었다. "현대캐피탈이 중요한 경기에서 패해 결국 좌절했던 이유 중 하나가 문성민이 그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팀이나 문성민의 배구 인생을 위해서라도 꼭 극복해야 할 문제다."
최 감독은 자신의 쓴소리가 이내 마음에 걸렸는지 지난 26일 문성민을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문성민과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즐겼다. 27일 챔프전 2차전을 앞둔 최 감독은 "성민이와 커피를 마셨고 산책을 하면서 큰 경기 부담에 대해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려와 달리 큰 부담은 없더라. 어려웠을 때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가지고 있었지만 문제 될 건 아니었다. 단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그렇게 문성민을 달랬지만 내심 자신의 발언이 자극제가 되길 바랐다. 최 감도은 "리그전에서 700점 이상을 올린 선수다. 2차전에선 성민이가 되든, 안되든 끝까지 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코트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문성민이었다. 스스로 알에서 깨고 나와야 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1차전 부진이 계속되는 듯 했다. 1세트부터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절반 이상의 공이 자신에게 편중됐다. 그러나 문성민의 공격은 아웃이 되고 대한항공의 높은 블로킹에 막히기 일쑤였다. 1세트 공격성공률은 33.33%에 불과했다. 2세트에선 5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문성민은 3세트부터 완전히 다른 사나이가 됐다. 공 하나, 하나를 때릴 때마다 책임감이 묻어났다. 기록이 말을 한다. 문성민은 3세트와 4세트에서 각각 9득점과 14득점을 올렸다. 3세트 공격 성공률은 무려 88.89%에 달했다. 4세트의 공격 점유율은 84.62%였다.
문성민이 부활했다. 현대캐피탈도 극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날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역대급 명승부의 드라마는 문성민의 강한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인천=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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