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요?"
정규르기 말을 내린 프로농구. 안양 KGC의 창단 첫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MVP 경쟁이 마지막까지 뜨거웠다. KGC 동갑내기 두 친구의 집안싸움. 그리고 27일 그 결과가 발표됐다. 유효투표수 총 101표 중 오세근 65표, 이정현 35표. 오세근이 MVP의 영광을 차지했다.
오세근이 모든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득실대는 골밑에서 토종 센터로 독보적 활약을 했다. 신인 시절 플레이오프 MVP를 타며 팀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선물하고, 이후 5년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내리막 길을 걸었다 다시 화려하게 부활, 스토리텔링도 완벽했다.
사실 이번 MVP 투표 전, 오세근-이정협 경합 구도 속 오세근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큰 인상이 남게, 후반기 더 좋은 활약을 한 점도 영향이 있었고 기본 인지도에서도 이정현에 비해 오세근이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투표 결과가 이 사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모두의 관심이 오세근에게 쏠린 사이, 이정현은 친구의 수상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현도 욕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평생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하는 MVP의 기회. 머리로는 자신이 받지 못한 것을 이해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아쉬운 밤이 되고 말았다. 이정현은 "제 농구 인생에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토종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하고, KGC의 상반기 상승세를 주도한 이정현도 충분히 MVP 자격이 있었다. 리그 초반 주전이 아닌 경기 중간 투입되면서도, 마치 주전으로 나서는 것처럼 변함업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상반기 활약 이후 이어지는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를 이정현이 완벽하게 이겨내지 못했다. 리그 중후반 만난 이정현은 "정말 힘들어요. 이전에 농구할 때는 집중 견제라는 얘기를 듣기만 했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네요. 움직일 수를 없게 하니…"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이정현은 자신의 살 길을 위해 파울을 얻어내는 기술을 연마했다. 이정현의 슈팅 정확성이 워낙 좋으니, 슛 페이크에 속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정현은 자신의 몸쪽으로 날아오는 수비수들을 이용해 영리하게 파울을 얻어냈다.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드웨인 웨이드가 전성기 시절부터 유용하게 사용해온 기술. 하지만 웨이드가 하면 놀라운 기술인 게, 이정현이 하면 '오버 액션'으로 폄하되기 시작했다. 상대의 지나친 신경전과 몸싸움으로 나오는 파울에도, 이정현이 동작을 크게 해 파울을 유도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정현은 억울했지만, 묵묵히 자기 할 일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의 주춧돌이 됐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승자만이 기억된다. 같은 팀 친구의 선의의 경쟁도 마찬가지다. 오세근이 첫 정규리그 MVP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이정현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시즌을 치렀다. 그의 노력도 쉽게 잊혀지면 안되는 시즌이다. 이정현은 MVP 아픔을 잊고 이제 통합우승을 위해 뛰어나가기로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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